검사 많아 확진자 많다? 통계가 말한다, 트럼프 말은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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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열린 대선 유세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양날의 검"이라며 "제발 진단검사를 줄이라고 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진단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폈다. [AP=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열린 대선 유세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양날의 검"이라며 "제발 진단검사를 줄이라고 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진단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검사는 양날의 검이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 코로나19 확산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답이다.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은 그만큼 미국이 진단검사를 많이 한 탓이라는 얘기다. 이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팩트체커들이 나섰다.

유세서 "진단 검사는 양날의 검" #"사망자 수 준 건 언론이 보도 안 해" #NYT· 팩트체크오알지 등 팩트체크 #"모두 사실과 거리있는 주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그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금처럼) 진단검사를 하면 더 많은 확진자를 찾아내게 된다"며 "그래서 내가 제발 진단검사를 줄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검사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25일에도 자신의 트윗에 "'중국 바이러스(ChinaVirus)'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대단한 테스팅(Great Testing) 때문이다. 사망자 수(치사율)는 내려가고 있는데 가짜뉴스들이 이런 건 말해주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하지만 이 주장을 따져 본 뉴욕타임스(NYT)와 팩트체크오알지(Factcheck.org) 등 현지 팩트체커들은 다른 결과를 내놨다. 모두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반박이다.

◇코로나 검사는 '양날의 검'?

NYT는 우선 다른 나라 사례를 비교했다. 그간 미국에선 2600만 건 이상 검사를 했는데 이 중 220만 명 정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곳이 브라질(약 120만 명)인데 여기선 검사 건수가 240만 건에 불과하다. 반면 러시아는 1670만 건을 검사했는데 확진자 수는 57만 명 정도다. 검사 건수와 확진자 수가 비례하지는 않고, 나라마다 사정도 크게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때문에 팩트체크오알지는 확진자 '숫자' 보다 테스트 후 양성으로 판정받는 '비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의 양성률은 평균 5%를 밑돌았다. 하지만 COVID 추적프로젝트에 따르면 6월 24일 현재 이 비율이 7.5%까지 올라갔다.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한 애리조나 주의 경우 5월 중순 7% 정도였던 양성률이 최근 23%까지 치솟았다(존스홉킨스대 조사).

애리조나대의 감염병 학자인 캐서린 엘링슨은 "지금 과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런 양성률을 보면) 오히려 검사 능력이 전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망자 수 줄었으니 안정세?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감소세라는 말 자체는 사실이다. COVID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으로 하루 약 2000명이 숨졌던 4월 중순보다 현재는 600명 이하로 많이 줄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망자 숫자가 확진자 숫자에 후행한다는 점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23일 청문회에서 사망자 숫자만 보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이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 사망자 수는 계속 오르는데도 확진자 수는 오히려 준 적이 있었다"며 "확진자 수가 줄더라도 사망자 수는 이보다 몇 주 후에 따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결국 지금 급증하고 있는 확진자 수를 잡지 못하면 몇 주 후에는 사망자 수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팩트체크오알지는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이 윌리엄 해니지 교수의 말을 빌려 "당장 2주 뒤에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는 만큼 보건 당국은 사망자 숫자를 계속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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