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와 대퇴골두괴사증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50세 한 남자가 우측 사타구니 부위 고관절에 동통과 운동제한을 호소하면서 절룩거리고 외래를 방문했다. 의학적 진찰상 환자의 우측 고관절 부위에 병변이 있음을 암시해주는 패트릭 검사가 양성이었다. 환자에서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고 물어보니 그 환자는 하루에 소주 1∼2병을 과거 약 5여년간 거의 매일 마셔왔다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 때의 병명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병으로 현재 인공관절 대치술을 받은 환자들의 상당수가 바로 이 병 때문이었고 이런 환자의 과거력을 보면 약 80%가 수년간 또는, 수십년간에 걸쳐 거의 매일 혹은 일주일에 3∼4일씩, 소주나 막걸리 한두병씩 마시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술이 고관절을 파괴시키는 원인이 됐으면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 병은 한쪽에 발생하면 약 80%에서 반대쪽의 대퇴 골두로 역시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양쪽 관절이 다 망가져서 양측 다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는 점이다.

일단 이 병이 진단되면 극히 초기의 경우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절골술이나 간단한 감압수술로 이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정지시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고관절 절골술이란 젊은 환자에게서 발생된 무혈성 괴사증의 경우와 이차성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고관절 기능을 동통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수술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통증을 느낀지 오랜된 후 병원에 오며 이때는 이미 관절이 파괴된 경우이므로 바로 인공고관절 대치술만이 최선의 치료법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공관절 수술이란 환자의 고통도 제거하고 정상보행도 가능케 하며 통상적인 일상생활을 가능케 하는 좋은 수술이라 할 지라도 이 인공관절 수명이 영구적이 아니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술후 만약 이러면 다시 새로운 인공관절 대치술을 시행 받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게 된다.

우리 주위는 이와 같은 환자가 대단히 많고 고관절 동통이 있어도 약물, 민간요법 등에 의존해 통증을 가라앉히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 결과적으로 조기에 질병이 진단을 통한 고관절의 대퇴골두 괴사를 예방할 수 있는 시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빈번하다.

따라서 사타구니 주위에 동통이나 간혹 대퇴부나 무릎관절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지체없이 전문의를 찾아 이 병의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조기발견이 쉽지 않으나 여러 가지 진단방법의 진전과 더불어 이 질환의 진전단계의 초기에 이 병을 진단해 낼 수 있다. 이 병의 호발연령은 주로40∼70세 사이가 흔하며 더 젊은 연령층에서도 생길 수 있고 대부분은 남자가 약 80∼90%를 차지한다. 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을 일으키는 여러가지 원인중 단연 최고가 술이 원인임이 밝혀졌다. 결국 과도한 술은 간장 뿐 아니고 관절까지도 망가뜨린다는 것을 인식해야겠다. 외국에서는 인공고관절 대치술을 시행하는 첫번째 원인이 퇴행성 관절염이나 우리 나라의 경우 술에 의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인 것이다. 이제 술은 마시더라도 가볍게 마시고 횟수를 줄이는 음주관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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