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사찰음식전' 여는 선재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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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의 절간을 찾아 얻을 수 있는 여러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사찰음식의 정갈한 맛이다.

절간 마당에서 후딱 해치우는 나물비빔밥도 별미지만 제대로 한 상 받으면 반찬의 다양함에 우선 놀라게 된다.

육류나 자극적인 조미료를 쓰지않아 다소 밋밋한 느낌이 없지않지만 서두르지 않고 먹다보면 깊은 맛이 심신을 맑게해주는 듯하다.

이처럼 산중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전통 사찰음식이 서울 도심에 나들이를 나왔다.

선재(善財.45.사진) 스님이 제자들과 함께 만든 1백여점의 사찰음식을 8.9일 이틀간 동국대 상록원 3층 교직원 식당에서 선보이는 '약이 되는 사찰음식전' 을 연다.

선재 스님은 불교 TV에서 '푸른 맛, 푸른 요리' 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디자인하우스.1만3천5백원) 이라는 책을 내놓으면서 출판기념을 겸해 전시회를 마련했다.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은 한해 동안 제철에 나는 재료를 이용해 철따라 요리하는 장면 장면을 화보로 담느라 제작기간이 1년이나 걸렸다.

선재 스님은 "불교에서 음식은 단순히 식욕을 채우는 대상이 아니라 수행을 돕는 약이지요. 스님들의 수행을 돕기위해 이런 음식을 누군가는 연구하고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서 사찰음식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선재 스님에게 음식연구는 나름의 수행법인 셈이다.

사찰음식이란 화두를 붙잡은 직접적인 계기는 스님 자신의 병치료 경험이다. 스님은 93년 승가대학을 다니면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 일을 돌보느라 건강을 해치는 바람에 심한 간경화을 앓게됐다.

당시 담당의사가 규칙적인 생활과 자연식을 권했고, 전통사찰의 자연식을 스스로 연구하며 만들어 먹으면서 병을 치료했다.

그 관심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대학원 졸업논문 '사찰음식문화연구' 며, 이후 전공이 사회복지에서 전통사찰음식으로 바뀌었다.

선재 스님은 "요즘같이 인스턴트 음식이 남용되는 세상에 사찰음식을 알리고, 또 건강을 위해 많이 애용할 것을 권해야겠다고 생각해 책도 내고 전시회도 마련했다" 고 한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섭생의 원칙은 간단하다. "때 아닌 때에 먹지않고, 필요한 때에 적절히 먹어라" 다.

제철에 난 음식을 골고루 먹되 지나치지 않게 먹고 육식은 삼가하라는 것이다. 조리법의 원칙도 간단하다.

"자연의 산물에서 독은 제거하고 약성분을 강화해 음식을 약으로 만들어라" 다. 선재 스님은 이같은 원칙에 따라 약초로 만든 30가지 장아찌, 철따라 몸에 좋은 음식 10가지, 정신을 맑게하는 약차 20가지 등 1백여 가지 조리법을 책으로 엮어냈으며 동시에 전시회를 통해 실물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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