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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죽음 부른 기능대회, 기능반·종합순위 없애 '과열' 완화

중앙일보

입력

제50회 전라북도 기능경기대회가 열린 9일 전북 전주시 전주공업고등학교에서 참가자들이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제50회 전라북도 기능경기대회가 열린 9일 전북 전주시 전주공업고등학교에서 참가자들이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고교생이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대회의 과열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기능반 대신 동아리 위주로 대회에 출전하도록 하고, 시도별 종합순위를 폐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24일 오후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기능경기대회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1966년 시작된 기능경기대회는 지난해까지 35만9000여명이 참가했으며, 주로 직업계고 학생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 등 50여개 분야 기술을 겨루는 대회다.

이 대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 19회 우승의 성과를 거뒀지만 훈련을 받는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논란이 계속돼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8일, 경북 신라공고 기능반에 재학중이던 이준서군이 훈련을 받던 중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커졌다.

문제은행 방식 도입, 야간·주말·합숙 훈련 금지 

교육부는 “최근 발생한 기능경기대회 준비 학생의 자살 사건과 함께 과잉 경쟁 등 논란이 제기돼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며 “학생의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과잉 경쟁을 완화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지난 5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故이준서 학생 추모 기자회견'에서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故이준서 학생 추모 기자회견'에서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선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기능경기대회 과제는 종목별로 20여개 과제 안에서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된다. 문제는 2년마다 공개하며, 그 중 1개가 대회 당일 출제되는 방식이다. 과도한 훈련을 막기 위해서다.

지방대회 1~3위에게만 주던 전국대회 출전 자격은 우수상 입상자(1~4명)까지 확대된다. 지난해 전국대회에 1847명이 참가했는데,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2281명으로 참가자가 늘어난다. 또 국가대표는 별도 평가전 없이 전국대회 성적만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과도한 훈련과 학습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기능반'은 전공 심화 동아리로 바꿔 운영한다. 기능대회 준비도 방과 후에 운영하도록 하고 학생의 자율적인 가입과 탈퇴를 보장한다. 지도 교사는 1시간에 10분 휴식을 줘야 하고, 오후 10시 이후와 휴일 교육, 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도 금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회를 준비하더라도 정규 수업에 반드시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54회 전국 기능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경기를 참관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54회 전국 기능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경기를 참관하고 있다. 뉴스1

대회의 과잉 경쟁 요소도 완화된다. 교육부는 경쟁이 과열되는 이유 중 하나가 '시·도별 종합 순위'라고 보고 종합 순위 발표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점수가 비슷하면 모두 메달을 주는 '공동메달제'를 도입해 메달 획득자 수도 늘리기로 했다.

앞서 23일 '故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능반 폐지와 기능경기대회 전면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능반에선 도제식 교육을 명분으로 학교폭력이 대물림되고 있으며 기능경기대회 입상을 목표로 과도한 훈련과 비민주적 운영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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