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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지각 사과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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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강정호. [뉴시스][

강정호. [뉴시스][

“제가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음주운전 후 3년 만에 공식사과 #유소년·음주사고 피해자 앞세워 #“변화된 모습 팬들에 보여주겠다”

강정호(33)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반성’과 ‘봉사’를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뚜렷했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5일 입국한 강정호는 자가격리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정장 차림의 강정호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사과문을 읽었다. 그는 “정말 나쁜 행동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잘못을 빌었다. 그는 이날 “죄송하다”는 말을 열네 번 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084%)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9년과 11년에도 음주운전을 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결국 ‘삼진 아웃제’가 적용됐고, 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 직후 미국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팀 복귀가 어려워졌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갔지만, 기량을 되찾지 못했고, 지난해 방출됐다.

빅리그 재도전이 어려워진 강정호는 지난달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강정호는 회의에 출석하지는 않고, 자필 반성문을 스캔해 상벌위에 제출했다. 2018년 9월 강화된 야구 규약에는 ‘(음주운전) 3회 이상 발생 시: 3년 이상 유기실격 처분’이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소급 적용은 어렵다고 본 KBO는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결정했다.

기자회견에서 90도로 고개 숙여 음주운전을 사과하는 강정호. 하지만 그의 간절한 호소에도 야구팬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뉴시스]

기자회견에서 90도로 고개 숙여 음주운전을 사과하는 강정호. 하지만 그의 간절한 호소에도 야구팬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뉴시스]

강정호는 복귀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야구 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정말 변화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구단이 받아준다면 첫해 연봉을 전액 기부하겠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음주운전 피해자들과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내가 생각해도 (야구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성숙한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정호는 4년간 자발적으로 금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진 건 3년 반 전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돌아와야 하자 그제야 사과하는 모양새다. 그는 “사과가 늦어진 점, 정말 죄송하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 구단에서 추가징계를 내리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비난에 대해선 “많은 질타와 비난을 감수하겠다. 더 성숙해지려고 한다. 노력과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용서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강정호는 ‘유소년’과 ‘음주운전 피해자’를 언급했다. 그들을 위한 봉사를 언급했지만, 야구를 다시 해야 할 근거로 제시하기 위해 그 둘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강정호는 야구를 다시 하겠다는 게 자신의 욕심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도 이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범법 행위 뒤에 “야구로 속죄하겠다”며 현장에 복귀해온 야구계 관행이 계속될지, 이번 강정호 사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밖에 없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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