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 외국인이 진행하는 한글 다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5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의 문자 한글. 우수하고 과학적인 문자라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 걸까. 우리 끼리 그저 자기 만족에 빠져 떠드는 것은 아닐까.

유치원생부터 40~50대까지 온 나라가 영어 열풍에 휩싸인 최근 세태엔 한글의 우수성 운운하는 것이 한갓진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MBC가 한글날 특집으로 방영하는 '한글, 위대한 문자의 탄생'(8일밤 12시10분, 다큐코리아 제작)은 소외된 한글의 뛰어난 점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보여주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한 프로그램이다.

우선 정통 사극 수준의 재연 프로그램, 수묵화와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이 결합된 3차원 입체 화면 등을 복합적으로 끼워넣어 자칫 지루하고 뻔할지도 모르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파괴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진행자가 외국인이라는 것도 파격적이다. 전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로스 킹(47)은 현재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다. 한글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프로그램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선 한글이 창제될 당시의 역사적 과정이 소개된다. 세종대왕과 보수파 학자 간의 날카로운 논쟁, 성리학을 배경으로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백성들의 교화가 절실했던 세종의 고민 등을 생생히 재현한다. 2부에선 한글의 원리를 풀이해준다.

음양오행과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떴다는 이미 알려진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하도록 서울대 미대생들의 도움을 받아 애니메이션 기법까지 동원했다. "외국 대학에 DVD로 보급하는 것까지 고려, 한글의 원리를 글로벌한 시각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마지막 3부는 한글의 현재적 의미를 조명.휴대전화.속기용 자판.한글 인터넷 주소 등 디지털 시대에 만능어로 각광받는 한글의 변신과 직선.사선.동그라미 등 기하학의 기본 도형을 응용한 한글이 현대 디자인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도 분석해준다.

한편 EBS도 8일부터 다큐멘터리 3부작 '세계화 시대의 우리 말글'을 방영한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