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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과 고교친구, 빈소 맨앞에 조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7일 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예의 환한 미소를 띤 사진 속 고인과 함께 추모객들을 맞은 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화였다. 고인에겐 ‘건희군’이다.

경북 영주 소백산 기슭의 ‘속수’ 마을 출신의 고인은 서울대 사대부고에 진학하며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고교 친구가 이 회장으로 60년 지기다. 유도를 한 고인과 레슬링을 한 이 회장이 서로 힘자랑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1997년 쓴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는 당시 정무1장관(김영삼 정부)이었던 고인이 쓴 ‘내가 만나 본 이건희 회장, 애벌레 시절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고등학생 이건희군은 근엄하기는커녕 엉뚱하고 싱거운 친구였다. 앞장서 가던 그가 ‘배고프다’면서 끌고 간 곳은 군용 천막 안의 즉석 도넛 가게. 시골 촌놈인 내 눈에도 완벽하게 비위생적인 곳이지만 그는 털썩 주저앉아 잘도 먹어치웠다. 그의 아버지 함자는 물론, 얼마나 엄청난 부자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나는 속으로 ‘녀석, 가정 형편이 우리 집 수준밖에 안 되는 모양’이라고 단정했다.”

18일 빈소엔 박병석 국회의장,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야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렇게 빨리 가실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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