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술독 빼는덴 `콩나물 국물`이 천하장사

중앙일보

입력

송년회 모임을 알리는 연락이 줄을 잇고 있다.

송년회 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술. 아내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에 비틀거리며 들어와 다음날엔 숙취로 고생하는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 '술에는 장사가 없다' 지만 아내가 하기에 따라서는 남편의 술 고생을 덜어 줄 수 있다.

애주가 남편을 둔 몇몇 주부와 전문가로부터 음식으로 남편의 '술독' 을 달래주는 노하우를 배워본다.

일산신도시에 사는 이은경(38) 씨네 냉장고에는 항상 콩나물 국물이 페트병에 담겨 있다. 중소기업체 판촉과장인 남편을 위해 만든 별난 음료란다.

이씨의 남편은 외부인과 업무가 많다 보니 술자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따금 폭음으로 다음날까지 숙취로 고생하는 일도 있다.

이런 남편을 위해 친정어머니한테 배워 만든 것인데 한마디로 취중 갈증 해소음료인 셈.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자마자 한잔, 자다가 갈증을 느낄 때도 언제나 시원한 이 국물을 마시게 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콩나물의 뿌리쪽을 따지 않고 잘 정수한 물을 부어 맑게 끓인 뒤 국물만 시원하게 따로 담아두면 그만.

이씨는 "콩나물 속에 다량 함유된 아스파라긴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도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기 전부터 쓰던 방법" 이라며 술꾼 남편을 둔 주부들에게 따라해 볼 것을 권했다.

나이 쉰을 넘기고도 당당한 술 실력으로 자타의 공인을 받는 남편을 둔 박복남(50.서울 성동구 행당동) 주부는 "그이의 술 실력 뒤에는 나의 뒷바라지가 있었다" 고 힘주어 말한다.

박씨는 매일 아침 남편에게 요구르트와 정제 비타민을 먹인다. 평상시에 위장과 영양을 챙겨주는 것이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엔 오이로 즙을 내 갈증을 호소할 때마다 마시게 한다.

과음한 다음날 아침엔 속이 쓰리고 식욕을 잃은 남편을 위해 아무 것도 넣지 않은 흰죽을 멀겋게 쑤어 두 컵 정도 억지로라도 마시게 한다.

박씨는 "빈 속으로 출근하면 속이 더욱 괴로운데다 점심 때까지 너무 지치기 때문에 아무리 술을 마셨더라도 부드러운 음식을 마련해 규칙적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한다" 고 말했다.

술을 마신 뒤 두통을 호소하는 남편을 위해 분당의 새댁 양은영(28) 씨는 해장국으로 파국을 끓인다고 한다.

파국은 숙취 중에도 머리가 아플 때 효과가 좋다는 게 그의 설명. 조개나 멸치로 국물을 만들어 파를 듬뿍 넣고 끓여내면 된다고 한다.

고대안암병원 영영사 김경주 과장은 "술 마시는 남편을 위한 아내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본인의 자기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며 "자신이 술에 약하다고 생각하면 음주 전에 우유나 치즈로 속을 채울 것" 을 권했다. 우유나 치즈가 알콜 흡수를 더디게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술 마신 다음날엔 이뇨작용을 돕고 머리를 맑게 하는 녹차나 홍차로 갈증을 달래는 것이 좋다" 며 "감잎차는 위점막을 수축시키는 탄닌성분이 있어 숙취를 덜어주는데 효과가 높다" 고 덧붙였다.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