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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그랜덤, "내 인생 네번째 거대 증시거품"..이번엔 맞을까?

중앙일보

입력

제러미 그랜덤 GMO 회장

제러미 그랜덤 GMO 회장

로저 뱁슨(대공황), 마크 파버(1997년), 노리엘 루비니(2008년)….
월가가 인정하는 ‘둠세이어(Doomsayer: 횡액 예언가)’들이다. 이들은 위기를 미리 경고하고 상당한 돈도 벌었다. 일정 기간 스타로 대접받았다. 자산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둠세이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이유다.

자산 130조 굴리는 펀드 매니저, 2018년 이후 주가 거품을 경고해 #그가 경험한 메이저 버블은, 가미카제(일본), 닷컴, 자산(2008년) 거품

실제 글로벌 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에서 빠르게 반등하자  이번에도 둠세이어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제러미 그랜덤 GMO 회장이다.

그랜덤이 17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이야말로 내 투자 인생에서 네 번째이고‘진짜(real McCoy)’ 거대한 버블이란 확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버블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상당한 고통을 야기한다”며 “내가 보기에 우리가 거대한 거품 와중에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랜덤은그저 그런 투자자는 아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GMO는 미국 보스턴에 근거지를 둔 자산운용회사다. 자산 규모가 1100억 달러(약 133조원)에 이른다. 그랜덤은 영국 출신이지만,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줄곧 버블 경고

그랜덤은 1938년에 태어났다. 미 경제가 대공황뿐 아니라 37년 침체까지 겪은 직후다. 이런 그가 “이번이 네 번째 버블”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에서 세 번째까지 거품은 가미카제 버블(1989년), 닷컴거품(2000년), 자산거품(2008년) 등이었다.

그가 코로나 패닉 이후 주가 반등을 거품이라고 보는 근거는 두 가지다. 우선 미국에서만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렌터카 회사인 헤르츠처럼 파산보호를 신청한 회사의 주가가 급등한 점이다. 모두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공격적인 매수와 관련이 있는 현상이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 등은 그의 발언을 의미심장하게 전했다. ‘투자 전설’이라는 말 자체가 상투적이고 과장이 섞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랜덤이 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랜덤은 2018년부터 버블을 경고해왔다. 그해 2월 투자자들에게 띄운 편지에서 “증시가 버블 끝물과 같다”고 진단했다. 그 바람에 그의 말은 월가에서 '비관론자가 늘 하는 경고'로 통한다. 그런데 뱁슨 등 역대 둠세이어들도 '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놀림받곤 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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