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1시 46분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남수도사업소 앞 맨홀에서 추락한 작업자 2명이 3시간 26분 만에 발견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추락 당시 맨홀 아래는 오물·토사물이 5m 이상 높이로 차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3시간 여 동안 맨홀 아래서 실종됐던 이들은 강남구청과 계약을 맺은 한 건설업체 소속 작업자들이다. 하수관 작업자 A씨(62)는 직경 0.7m 맨홀 아래로 내려가다 추락했다. 이를 발견한 동료 작업자 B씨(49)는 A씨를 따라 맨홀로 내려갔다 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서는 이 두 사람을 포함해 총 6명이 하수관 빗물받이 신설 및 개량공사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이 모두 추락하자 동료 작업자 중 한 명이 119에 신고했다.
구조작업에는 소방대원 98명을 포함해 유관기관 212명이 동원됐다. 맨홀에 들어간 잠수사 2명도 있었다. 복합식흡입준설차량 2대, 수중펌프 5대 등 장비도 동원됐다. 구조대원들은 사고가 난 맨홀과 인근 맨홀 2개에 유실 방지 및 배수 작업을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난 맨홀은 오염된 물이 지나는 오수관이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 한다"면서도 "작업자들이 유독물질이 있는 오수관을 내려가다 가스를 마시고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소방대원들이 맨홀 구조작업을 벌일 당시 일산화탄소 농도는 170ppm이었다"며 "구조작업 중 허용 일산화탄소 농도는 50ppm"이라고 전했다.
강남구청은 담당자가 작업자들에게 안전 교육을 받게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또 작업자들이 안전 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파악 중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청 지시로 빗물받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는 "해당 작업은 사전에 사업 관리자가 안전교육을 하게끔 돼 있다"며 "안전모 착용, 유해가스 등 위험물질 예방 교육을 받았는지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경찰은 관련된 사람들을 불러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