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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인프라코어도 술렁인다···"3조 조달" 매각엑셀 밟는 두산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는 2013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면서 시작됐다. 두산건설

경기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는 2013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면서 시작됐다. 두산건설

두산그룹이 전방위 자산 매각에 나섰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타워에 이어 두산건설과 모토롤BG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캐시카우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매각 소식도 금융업계에서 들린다. 두산그룹의 동시다발적 매각 작업을 놓고 “올해 안으로 3조원을 조달하겠다”는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두산건설 매각은 구체적인 윤곽이 나왔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자산과 부채를 분리하는 물적분할을 진행한 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앞서 두산건설은 신설 법인인 밸류그로스에 일부 자산과 부채 등을 넘기는 물적분할을 결정했다고 15일 공시했다. 두산건설이 밸류그로스에 넘기는 자산은 인천 학인 두산위브 아파트, 일산 위브더제니스 상가, 공주 신관 토지 등이다. 두산건설 등에 따르면 이 자산들은 미분양 등으로 공사대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번 물적분할로 두산건설은 자산 2조2271억원, 부채 1조7843억원으로 바뀐다. 밸류그로스는 자산 2532억원에 부채 800억원 회사로 탄생한다. 두산건설은 밸류그로스 주식 가운데 보통주 69.5%를 보유하되 나머지 우선상환주 30.5%를 두산큐벡스에 800억원에 매각한다. 두산큐벡스는 두산건설 레저사업이 분사한 회사로 춘천 라데나골프클럽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뉴스1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뉴스1

두산그룹은 부실 우려가 큰 자산은 그룹에 남기고 나머지를 떼어낸 다음 두산건설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3월 두산중공업에 흡수합병된 두산건설은 중공업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두산그룹은 2013년 이후 두산건설에 2조원 이상을 지원했지만 미분양 자산 등이 쌓이면서 재무안정성이 낮아졌다.

이와 별도로 유압기기와 방산부품을 생산하는 두산 모토롤BG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두산솔루스, 모토롤BG에 이어 두산건설 등 두산그룹 관련 매물이 시장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그룹 발 매물이 몰려 두산그룹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차이가 워낙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건설장비 전시회 ‘인터마트(INTERMAT) 2018’에서 최신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건설장비 전시회 ‘인터마트(INTERMAT) 2018’에서 최신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프라코어 직원들 "또 우리냐"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두산인프라코어는 16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부 직원 사이에선 “또다시 우리냐”란 목소리가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6년 유동성 위기로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사모펀드에 1조1300억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당시 두산그룹 내부에선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성이 충분한 공작기계 부문을 떼어내 팔기엔 아깝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매각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두산공작기계는 시장 가치 2조8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산그룹 안팎에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두산공작기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성장성이 충분한 알짜 사업을 매각하면 미래 성장 동력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데, 인프라코어와 밥캣이 건설기계로 시너지를 내고 있어서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놓기 위해선 두산밥캣과의 분할이 필수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두산밥캣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앞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 3조7265억원, 영업이익 3634억원을 기록했다. 두산밥캣은 매출 4조4593억원, 영업이익 4770억원을 올렸다.

팔기에 아깝다는데 대한 반론도 있다. IB업계 등에선 “두산그룹이 당장의 캐시카우에 집착해 매각을 늦출 경우엔 유동성 문제가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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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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