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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사실상 '코로나 환불'에 다른 대학 반환 요구 소송 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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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대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건국대가 모든 대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학비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대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건국대가 모든 대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학비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 [연합뉴스]

1학기 종강을 앞두고 거세진 대학가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대학이 1학기를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등록금에 걸맞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등록금을 부분 환불하는 첫 사례도 나올 전망이다.

건국대, 2학기 등록금 감면 방침

건국대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총학생회 측과 논의 끝에 서울캠퍼스 1학기 등록 재학생 약 1만5000여명(서울캠퍼스 학부생 기준)의 2학기 등록금 중 일정액을 감면해 주기로 합의했다. 지난 4월부터 8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2학기 등록금을 얼마나 감면할지에 대해 논의해 온 건국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최종금액을 확정 짓는다.

등록금 일부를 사실상 환불해 주는 것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같은 결정을 한 대학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이에 재정난 속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등록금 감면 규정 無, 헌법소원은

이미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도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대학교 온라인 강의는 연장되고 시설도 이용하지 못하는데 등록금을 깎아주는 규정이 없는 것이 법의 공백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인지를 따지는 내용이다.

인하대 학생 이다훈(25)씨는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등록금이 약속한 교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이를 감액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만들지 않는 건 교육부장관의 입법부작위”(입법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라며 지난 3월 헌법소원을 냈다.

교육부, “결정은 ‘학교의 장’”

교육부는 이미 각하 의견을 냈다. “등록금 관련 사항을 결정할 주체는 ‘학교의 장’이지 국가가 아니다”는 취지다. “각 대학 등록금에 관한 사항은 사학운영 자유에 기초해 학교의 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교육부장관의 공권력 행사ㆍ불행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건국대의 자체적인 결정과 합치되는 의견이다.

또 교육부는 요건 자체가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내용에 맞지 않는 형식으로 낸 헌법소원이라는 것이다. 이씨가 낸 헌법소원은 대학등록금 규정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는 연장되고 시설조차 이용하지 못하는데 대학 등록금을 깎아주는 규정이 없다’는 구체적인 상황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씨가 낸 ‘진정입법부작위’의 헌법소원이 아니라, 입법은 했지만 불완전하거나 불충분하게 해서 결함이 있는 ‘부진정입법부작위’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주장이다.

소송으로 번지는 등록금 환불 요구

대학생들이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국회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대학생들이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국회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이씨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학의 감독 주체는 교육부”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등록금 반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 위헌 제청을 연대하는 등 보충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세종정부청사 교육부에서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지난 15일부터 5박 6일 릴레이 행진을 시작한 전대넷은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한 등록금 반환 집단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현재 전국 70개 이상 대학에서 2200여명의 학생이 소송인단에 참여했다”며 “오는 26일 소송인단 모집을 마감하고, 7월 1일쯤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대넷을 대리하는 박현서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공동소송대리인단)는 “학생들이 원래 등록금 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교육을 받은 것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이나 부당이득 반환 등 다양한 청구 원인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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