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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5% 룰’ 위반 땐 3000만원…떨고 있는 사업자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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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호 15면

정부가 개인 주택 등록 임대사업자를 겨냥해 칼을 빼 들었다. 임대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공적의무를 부여했는데, 이걸 잘 지키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한두 곳 들춰보는 수준이 아니라, 7월부터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전수조사한다.

세제 혜택 대신 부과한 공적의무 #내달부터 준수 여부 전수조사 #‘렌트홈’ 구축, 과태료 3배 올려 #전세 2년 뒤 재계약 때 10% 올리자 #최근 ‘연 5%→5%’로 법조문 개정 #임대업자들 “일부 기준 모호” 반발

공적의무 위반 사실을 적발하면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장에선 관련 조사가 처음인 데다, 그동안 공적의무를 느슨하게 관리해 적지 않은 임대사업자가 과태료를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임대사업자는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임대사업자는 등록한 임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임대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4년, 8년인 임대의무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재계약 땐 임대료도 5% 이상 올릴 수 없다. 임대료 인상 상한을 둔 이른바 ‘5% 룰’이다. 이 외에도 임대사업자는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임대사업 목적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공적의무 이행 여부를 세세히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임차인 등의 신고가 없으면 위반사항을 적발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공적의무를 가볍게 여기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도 적지 않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국토교통부가 칼을 빼 든 이유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임대사업자 관리 기반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임대사업자의 공적의무 위반 과태료를 최고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강화했고, 임대사업자 전용 관리시스템(렌트홈)을 구축해 부정확했던 임대정보를 정비했다. 최정민 국토부 민간임대정책과장은 “그동안 임대사업자가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 공적의무는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셌다”며 “7월부터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후 연내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수조사에 앞서 이달 말까지 자진신고를 받는다. 경미한 공적의무 위반은 이달 말까지 자진신고하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임대료 인상 상한과 같은 주요 공적의무 위반은 자진신고하더라도 행정처분을 면할 수 없다.

#정부의 이 같은 강공에 임대사업자는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공적의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일부 의무는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 임대사업자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과태료 부과가 부당하다’는 청원을 올리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지자체와 세무서에서 공적의무 중 ‘임대료 인상 상한’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고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5% 룰’ 기준에 대한 불만도 크다. 지난해 2월 관련법(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 전까지 법에선 임대료 인상 상한을 ‘연 5%’라고 규정했다. 주택임대차계약이 2년이므로, 이 법조문만 보면 연 5%씩 2년 후 10%까지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실제로 2년 뒤 재계약 때 10%까지 인상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임대사업자와 그렇게 계약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8년 1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임대차계약을 하고 2년 동안 임대료 증액이 없다면 2년 후 재계약 때 5%까지만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특별법뿐 아니라 소득세법 시행령,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등 세제 관련 법령에서도 최근에야 ‘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료의 연 증가율이 5%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에서 ‘연’을 뺐다.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변호사는 “관련 법조문을 최근 모두 바꿨다는 것은 그만큼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법제처 등의 해석이 있어 국토부가 전수조사에 나선다면 과태료 처분을 당장 피하긴 어렵겠지만 논란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2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개정한 만큼 이전 재계약에 대해선 ‘상한 10%’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주택임대차계약은 기본이 2년이기 때문에 지난해 2월 이전 재계약에 대해 10%를 인정하면 사실상 국토부의 전수조사 자체가 확 쪼그라든다. 지난해 2월 이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사업자의 재계약 시점은 내년 2월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임대료 인상 상한은 이번 전수조사에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내용”이라며 “다만 이와 관련 세부적인 방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 전문가는 “만약 지난해 2월 이전 재계약 사례를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이에 대한 과태료 취소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임대사업자 전수조사 의지가 강한 만큼 공적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자진신고를 권한다. 자진신고는 30일까지다. 렌트홈(www.renthome.go.kr)을 통한 온라인 신고는 30일 오후 5시 59분까지 가능하다. 방문 신고 역시 30일 지자체 담당자 업무처리 시간 내에 제출하면 된다.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한 임대주택이 많고, 소재지가 다르다면 각각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는 만큼 임대사업자에 대한 전수조사는 당연한 일”이라며 “모호한 규정은 서둘러 바로잡고, 임대사업자의 공적의무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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