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명 다닥다닥···인도 빈민가 휩쓴 코로나, 부유층 덮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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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서 하루 1000~2000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뭄바이 빈민가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고려할 때 거의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는 수준이다.

뭄바이 빈민가 70만 명, 사실상 거리두기 불가능 #가정부·운전기사 통해 부유층까지 코로나 전파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뭄바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고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전체 코로나19 확진자가 29만7535명이니까 6명 중 한 명은 뭄바이에서 나온 셈이다.

뭄바이는 인도 금융과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다. 그러면서 인구밀도가 높고 부의 불평등이 극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 거리. 좁은 방 하나에 보통 5~7명이 몰려산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중앙포토]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 거리. 좁은 방 하나에 보통 5~7명이 몰려산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중앙포토]

'인도의 뉴욕'으로 불릴 정도로 부유한 곳이지만 소수의 부자와 엘리트만 시설 좋은 사설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공립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공립 병원의 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다. 공립 병원의 의료진들마저도 연일 몰려드는 환자에 거의 탈진 상태다.

코로나19가 이처럼 급속히 퍼진 데는 제때 봉쇄령을 내리지 않은 탓도 크다. 인도 경제의 허브인 뭄바이에는 평소에도 출장 온 기업인과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인도 정부에서 봉쇄령을 머뭇거리는 사이, 앞서 코로나19가 발생한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빈민가의 열악한 환경도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줬다. 뭄바이의 대표적인 슬럼가인 다라비의 면적은 2.16㎢에 불과하지만, 이 안에 70만 명 정도가 몰려 산다. 인구밀도로 보면 1㎢당 무려 27만 명,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참고로 올해 기준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6100명이다.) 빈민가에서는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만원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5~7명의 가족이 좁은 방 하나에서 공동으로 생활한다. 정부는 나름대로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다라비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지금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빈민가의 코로나19는 부유층과 중산층 지역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아무리 넓은 집, 좋은 환경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고 해도, 가정부와 운전기사, 보모들은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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