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러 또 하늘에서 일촉즉발…러 핵 폭격기에 미 랩터 떴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동지중해 상공에서 힘겨루기를 벌였던 미·러가 이번엔 알래스카 상공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최근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되면서 양국간 군사적 긴장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알래스카 상공에서 러시아 Tu-95에 미 F-22가 근접 차단 비행을 펼치고 있다. [NORAD]

10일 알래스카 상공에서 러시아 Tu-95에 미 F-22가 근접 차단 비행을 펼치고 있다. [NORAD]

11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따르면 전날(10일) 핵폭격이 가능한 러시아 Tu-95 전략폭격기가 Su-35 전투기와 A-50 조기경보통제기함께 알래스카를 비행했다. 첫 번째 비행에선 Tu-95·Su-35 각 2대와 A-50 1대가 짝을 이뤘고, 두 번째 비행에선 Tu-95·A-50 각 1대가 함께 움직였다. 알래스카 해안에서 각각 20NM(37.04㎞), 32NM(59.264㎞)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미군도 즉각 대응했다. NORAD는 KC-135 공중급유기, E-3 조기경보통제기의 지원하에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띄워 러시아 군용기를 차단했다. 러시아 군용기들은 미 영공에는 들어지 못한 채 방공식별구역(ADIZ)에서만 머물렀다고 NORAD는 설명했다. ADIZ는 영공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가 진입하기 전 사전 통보하는 게 국제 관례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수위를 조절하는 가운데 의도적인 도발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국이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발적인 마찰이 아닌 미리 계산한 여론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미·러의 군사적 충돌 양상은 지난달 말에도 나타났다. 지난 5월 26일 동지중해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에 완전무장한 러시아 전투기 Su-35 플랭커-E 전투기 2대가 접근했다. 미 해군은 당시에도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러시아 조종사가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며 “적합한 비행 기술은 물론 국제 규범에 어긋난 행위였고, 자칫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뻔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6월에는 동남아시아 공해 상에서 미국과 러시아 군함이 15m 거리까지 근접하는 상황이 있었다. 같은 달 러시아 전투기 Su-30이 미 해군 P-8A 근처를 회전비행하는 바람에 P-8이 난기류에 빠진 사건 벌어지기도 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