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아베 총리 "올림픽, 내년엔 절대로 개최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0일 이사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최가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당초 계획보다 간소화해 치르기로 도쿄올림픽 경기대회조직위와 합의했다.

요미우리 '올림픽 간소화' 뒷얘기 소개 #모리 조직위 회장이 버티는 아베 설득 #아베, 모리 의견 수용 후 "내년엔 꼭"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마지막까지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에 집착했다. 지난달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는 아베 총리.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마지막까지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에 집착했다. 지난달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는 아베 총리. [AP=연합뉴스]

양측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의 제공, 연기에 따른 비용 최소화, 대회 간소화 등 3개 원칙을 확인했다. 향후 IOC와 도쿄조직위는 200개가 넘는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11일 요미우리 신문은 “어떻게든 대회 취소를 피하고 싶은 일본 정부, 개최 비용을 줄이고 싶은 도쿄도·조직위원회의 이해가 일치했고, IOC로부터도 OK 사인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당초 도쿄조직위가 ‘올림픽 간소화’를 먼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올림픽 취소론이 다시 제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IOC 내부에선 “내년 여름 개최가 무리라면 대회가 취소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 입장에선 간소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빨리 내밀어 ‘취소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완전한 형태의 개최’에 집착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도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고 싶다. 치료약과 백신 개발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아베 총리를 설득한 사람이 ‘총리 선배’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조직위 회장이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모리 회장은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아베 총리를 찾아가 "'완전한 형태’, ‘백신 개발’ 등 올림픽 개최에 조건을 붙이는 듯한 발언을 더이상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요미우리는 “완전한 형태의 개최에 집착하는 총리에게 사실상의 궤도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아베 총리도 모리 회장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경기조직위 회장이 지난 3월 23일 올림픽 연기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경기조직위 회장이 지난 3월 23일 올림픽 연기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 뒤 아베 총리는 주변에 “규모 축소는 피할 수 없지만, 절대로 내년엔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초 일본 내부엔 '2년 연기론'도 있었지만 1년 연기를 고집한 것은 아베 총리였다. 이를 두고는 “내년 9월까지인 자신의 총리 임기를 고려한 결정”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모리 회장도 이를 “총리의 도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8년간의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별로 내세울 만한 정치적 유산이 없는 아베 총리로선 어떻게든 올림픽을 자신의 임기 중에 개최할 필요가 있다.

“절대로 내년엔 개최해야 한다”는 발언엔 복잡한 아베 총리의 속내가 반영돼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