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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현금 더 쌓아둬라”…신동빈 1조대 회사채 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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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좋은 기업이 시장에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코로나 위기 맞아 현금 비상 #유동성 위기 막고 M&A 실탄 마련 #LG,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매각 #현대차는 회사채로 6000억대 조달 #27조 보유 삼성전자는 다소 여유

5대 그룹 주요 계열사 및 지주사 현금 및현금성 자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5대 그룹 주요 계열사 및 지주사 현금 및현금성 자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계열사 대표에게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라”며 “코로나 이후에 적당한 매물이 나와도 현금이 없으면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각 계열사 대표 간 현금 확보에도 경쟁이 붙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K에너지는 회사채 5500억원(4월), SK루브리컨츠는 회사채 3000억원(5월)을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1조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분 매각도 적극적이다. SK E&S는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중국 민영 가스기업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10.25%)을 모두 처분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SKC도 SK바이오랜드 지분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바이오팜·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5대 그룹 현금 확보 어떻게 하나

5대 그룹 현금 확보 어떻게 하나

SK그룹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에만 5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는 그룹 지주사 SK㈜가 분기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11조565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과 호텔 사업을 거느린 롯데그룹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조달했다. 4월에만 롯데푸드(1000억원), 롯데칠성(3000억원), 롯데쇼핑(3500억원), 롯데지주(2000억원)가 각각 회사채를 발행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6930억원, 1조135억원이다. 5대 그룹 중에선 상대적으로 현금 상황이 열악하다. 재계에선 신동빈 회장이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2달 넘게 일본에서 머물렀던 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엔화 자금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깔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마트 폐점이 속도를 내는 것도 현금 확보 차원이란 분석이다.

LG그룹은 부동산 정리를 통해 현금을 늘리는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싱가포르 투자청에 지분 100%를 팔기로 했다. 매각금액은 6680억원 수준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가동을 중단한 구미 사업장 부지 매각도 추진하는 중이다. LG화학은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Shanshan)과 11억달러(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구광모 ㈜LG 대표 취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선택과 집중 기조에, 코로나 위기 상황이 더해진 결과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아자동차도 같은 달 3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차의 회사채 발행은 4년 만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유동성 관리의 일환“이라며 ”전사 컨틴전시 플랜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7조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삼성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에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자산 매각도 없다.

강기헌·이소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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