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3명 쏴죽인 이란 경찰에..."불타고 있다" 수만명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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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란 경찰이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탄 차량에 총을 쏴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3일 이란 경찰이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탄 차량에 총을 쏴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 트위터 캡처.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전 세계에서 경찰 폭력·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아프간 난민이 이란 경찰의 총에 맞고 숨진 사실이 드러나며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영국 BBC방송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중부 야즈드에서 발생했다. 경찰이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타고 있는 차량을 향해 수차례 총격을 가해 아프간인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란 당국은 “마약과 불법 이민자를 이송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향해 경찰이 중지 요청을 했다. 이에 따르지 않자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총에 맞아 타이어가 터진 뒤에도 차량은 속력을 줄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림에서 불꽃이 일며 불이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약 등이 발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영상이 SNS에 올라오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1분 길이의 짧은 영상에서는 몸이 시커멓게 탄 소년이 촬영자에게 ”제발 물을 달라. 불에 타고 있다“고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차량에는 일부 탑승자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도 보였다. 아프가니스탄 외교부는 영상이 사건 직후 찍힌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아프간인 수십명이 이란 국경수비대에 의해 살해당한 데 이어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아프가니스탄인들은 격분했다. 이란에 거주하는 아프간인들은 SNS에 ”아프간인들을 더는 죽이지 말라“ ”나도 불에 타고 있다(I‘m burning)“고 적으며 목소리를 모았다. 지난 8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과 낭가르하르주 등지에서 이란 정부와 경찰을 규탄하는 성격의 집회가 열렸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디언은 아프가니스탄인이 이란에서 오랜 차별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오마르 와라이치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지부장은 ”아프간 이주민에 대해 이어져 온 잔혹한 공격은 더는 묵인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은 이란 당국이 자신들을 대해 온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사건에 대한 조사를 약속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이란 당국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와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전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이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란에 거주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주민은 3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전쟁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고국을 떠난 경우다. 40년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해에만 전쟁으로 만 명이 넘는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한편 지난달 1일에는 이란 국경을 넘던 아프가니스탄인 수십 명이 이란 국경수비대에 붙잡혔다. 국경수비대는 이들을 폭행·고문한 뒤 총구를 겨누며 강물을 향해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 이로 인해 아프간인 45명이 사망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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