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안 타는 친환경 탄소 플라스틱, 국내 연구진이 개발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식물 유래 비할로겐 난연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KIST 제공]

불에 타지 않는 친환경 탄소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는 “식물에서 유래한 탄닌산을 활용해 불에 잘 타지 않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개발하고, 이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고안했다”고 9일 밝혔다.

CFRP는 강철 무게의 1/4 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10배나 강해 항공 우주ㆍ자동차ㆍ선박ㆍ스포츠 용품 등 산업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다만 불꽃이나 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할로겐이나 등의 난연재를 첨가해야 했다. 그러나 할로겐은 불에 타면 유독 가스가 발생해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다. 따라서 독성이 없고 안전한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였다.

실마리는 숯에 있었다. 연구진은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친환경 물질인 탄닌산을 이용했다. 탄닌산은 불에 탈 때 숯으로 변하는데, 이 숯은 외부의 산소를 차단하는 일종의 '벽(Char)'이 되어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탄닌산으로 에폭시 수지를 제작하고 탄소섬유와 결합해 튼튼하고 불에 타지않는 CFRP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그간 CFRP를 불에 태우는 방식으로 재활용했을 때 탄소섬유의 성능이 저하돼 재활용률이 낮았는데, 연구진은 이를 보완할 새로운 재활용 방법도 고안해냈다.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금까지 녹일 수 있는 ‘초임계’ 상태의 물에 CFRP를 녹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탄소섬유의 성능 저하 없이 99%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개발된 복합소재의 난연성 평가결과 [KIST 제공]

정용채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센터장은 “기존 CFRP보다 응용 범위가 확대된 복합소재를 제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응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콤포지트 파트 비(Composite Part B:Engineering)’ 최신 호에 게재됐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