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휘청대자 '눈엣가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비틀거리면서 자민당이 꿈틀대고 있다.

아베 지지율 폭락에 합종연횡 시동 #라이벌 이시바, 니카이 간사장 회동 #'반 아베'연계가능성에 정치권 긴장

아사히와 산케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내에서 '아베 총리의 눈엣가시'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전 간사장이 8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간사장과 전격 회동했다.

지난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총리와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총리와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9월로 예정된 이시바파의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 니카이를 강연자로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아사히 신문은 "'포스트 아베'(아베 다음 총리)를 노리는 이시바와 당내 실력자인 니카이 두 사람간 정치적 제휴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대응실패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내기 마작'낙마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아베 총리는 2012년말 재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서 한 두 방이 더 터지면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다","내년 9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아베 총리가 조기 퇴진할 수 있다"는 관측속에 이시바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이시바는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석패했다. 일반 당원 선거에선 이겼지만 국회의원 결선 투표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2018년 9월 총재선거에서도 아베와 1대1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시바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차기 총리 후보’1위를 달린다. 하지만 정작 자민당내에선 인기가 높지 않다.

5~7일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총리에 바람직한 자민당 정치인’ 질문에서 26%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자민당 지지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19%로 줄어든다.

자민당 총재는 자민당 당원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결정한다.

그런데 자민당내 이시바파는 19명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의 출신파벌인 호소다파(97명)외에 아소파(56명)-다케시타파(54명)-니카이파(47명)-기시다파(46명) 에 비하면 너무나 존재감이 미미하다.

 대부분의 파벌이 아베 총리와 연계하고 있는 현재 자민당내 구조상 이시바의 총재 등극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5월 14일 자민당 아소파의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 참석한 니카이파 수장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웃고 있는 이는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 [사진=지지통신 제공]

지난해 5월 14일 자민당 아소파의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 참석한 니카이파 수장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웃고 있는 이는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 [사진=지지통신 제공]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가 니카이파의 수장 니카이에 추파를 보냈고, 이를 니카이가 수용한 모양새다.

니카이는 8일 회동 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우리당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중 한명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전진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간사장인 니카이는 아베 총리가 자신을 내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정조회장을 간사장에 임명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기시다는 아베 총리가 점찍은 차기 총리 후보다.

그래서 이시바와의 회동에 대해 ‘간사장직에서 나를 밀어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니카이가 아베에게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이 ‘아베 일색’이던 자민당 내부의 풍경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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