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말하면 두 배로 갚아준다” 중학생 제자 학대한 배구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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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부 코치의 말 한마디에 한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체육관에서 떨어야 했던 중학생 배구 꿈나무들. 훈련 중 폭언과 폭력, 가혹 행위를 일삼은 것도 모자라 "부모에게 알리면 두배로 갚아주겠다"고 협박한 중학교 배구부 코치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아동학대 혐의 배구코치 집행유예 선고 #훈련과 경기 중 화풀이처럼 날아들었던 코치의 학대 #"괴롭힐 방법 수백가지"…스트레스에 입원한 제자도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실수하면 욕설과 배구공 날아들어

광주지법 형사3단독 김승휘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한 중학교의 배구부 코치로 일하며 학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는 A씨가 제자들에게 한 가혹 행위가 낱낱이 담겼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1~2월께 몸풀기 운동을 한 뒤 반팔과 반바지만 입은 제자 3명을 난방이 안 된 체육관에서 머물게 했다. 한 제자는 추운 날씨에 떨다 감기에 걸려 치료까지 받았다.

연습과 시합을 하는 도중 실수라도 하면 곧바로 A씨 욕설과 배구공이 날아들었다. A씨는 어느 날 경기 도중 한 학생이 득점을 한 뒤 파이팅 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냈고, 울먹이는 제자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A씨는 같은 배구부원에게 공을 던져 맞추라는 지시도 내렸다. 제자가 지시를 따르지 않자 직접 공을 던져 맞추는 시범까지 보였다.

"괴롭힐 방법 수백가지" "부모에게 알리면 보복"

지난 2018년 5월께 배구부원들이 저녁을 먹은 뒤 부모들이 보내온 치킨과 피자 등 간식이 도착했다. 제자들이 간식을 A씨에게 가져다주자, A씨는 "너희들이 먹기 싫어서 주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

A씨는 부모들이 보내온 간식을 제자들이 먹도록 강요했고 너무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먹은 몇몇 제자들은 토하기도 했다.

A씨는 훈련 때마다 수시로 배구부원들에게 "때리지 않고 너희들을 괴롭히는 방법은 수백가지나 있다.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면 내 인맥을 총동원해 두배로 갚아주겠다"는 말로 제자들을 협박했다.

재판부 "상해 없어도 학대"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들의 심신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임에도 오히려 피해 아동들을 정서적, 신체적으로 학대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이 피해 아동들의 인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제자 중 일부는 A씨의 학대와 협박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주 토하거나 입원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부 행위는 아동들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구 아동복지법이 처벌 대상인 신체적 학대행위를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라고 규정하나 신체를 훼손하고 장애를 초래하는 '상해'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신체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학대행위'"라고 판시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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