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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 땐 한번만 더 생각을…우리도 BTS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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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일 유튜브 영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에 출연한 BTS. [유튜브 캡쳐]

8일 유튜브 영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에 출연한 BTS. [유튜브 캡쳐]

전 세계 수많은 졸업생과 가족, 이웃들이 모바일폰이나 컴퓨터 앞에서 졸업 축하공연을 지켜보고, 유명 인사들이 보내는 축하와 격려,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들었다. 8일 오전 4시(한국시간) 유튜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졸업식을 치르지 못하게 된 전 세계 졸업생들을 위해 마련한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행사에서다. 4시간 45분간 진행된 영상 졸업식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가수 방탄소년단(BTS), 비욘세, 레이디 가가, 엘리샤 키스 등이 연사로 등장했다. 애니매이션 ‘심슨 가족’도 참여했다.

코로나 시대 유튜브가 만든 졸업식 #BTS, 국립박물관서 12분간 축사 #레이디 가가 “미래의 새 숲 만들자” #인종차별 변화 촉구 메시지 많아

“사람들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이뤘다고 하지만 저희는 여느 또래처럼 학사모를 벗지 못한 채 날 것의 세상과 마주하는, 아직도 서툰 20대입니다.”(RM)

비영어권 아티스트로 유일하게 초청된 방탄소년단은 축사에서 “서울에서 여러분과 같은 20대 청춘으로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며 리더 RM을 시작으로 멤버 한 명씩 졸업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12분간 나눴다. 성공담보다는 힘든 시기에 대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이홉은 “노래를 만들고 춤을 추다 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가 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더는 앞으로 나가기 어려워질 때, ‘딱 한 번만 더’라는 생각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고 말했다. 슈가는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도 방탄소년단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격려했다. 지민은 “혹시 힘든 건 아닌지, 지금 이 시간을 잘 견디고 있는지 걱정이 많이 된다”며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8일 유튜브 영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에 출연한 (왼쪽부터) 버락 오바마, 레이디 가가, 순다르 피차이, 비욘세, 심슨. [유튜브 캡쳐]

8일 유튜브 영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에 출연한 (왼쪽부터) 버락 오바마, 레이디 가가, 순다르 피차이, 비욘세, 심슨. [유튜브 캡쳐]

이날 방탄소년단이 축사를 전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1층 중앙부 역사의 길이다. 국보 86호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보물 360호 월광사 원랑선사탑비 등이 놓여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행사의 마지막 공연도 장식했다. 박물관 본관 바깥의 ‘열린마당’에서 미리 촬영해둔 공연으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봄날’, ‘소우주’(Mikrokosmos) 등을 선보였다.

이날 연사들의 메시지에는 코로나19와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적 사망, 이후 일어난 시위도 언급됐다. 부인 미셸과 함께 찍은 유쾌한 영상과 별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현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경제 불평등, 의료 서비스, 성차별 등 묵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계기가 됐다”며 “두렵고 불확실한 시기이지만, 이는 사람들을 일깨워주는 모닝콜과도 같다. 고쳐나갈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팝가수 비욘세는 “(조지 플로이드 등의 사망이) 우리 모두를 낙담하게 했다”면서도 “마음을 모아 긍정적 행동으로 옮기면 변화의 바퀴를 돌릴 수 있음을 봤다. 진정한 변화는 여러분, 새로운 세대에게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예능계가 여전히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라며 성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레이디 가가는 “여러분은 이 나라의 변화 과정에서 중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변화는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주의를 ‘편견 가득한 가지, 뿌리가 훼손된 나무로 빼곡한 숲’으로 규정하고, “미래의 씨앗을 지닌 여러분이 새로운 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엘리샤 키스는 “당장 축하해야 할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괜찮다. 이 시기에 침묵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정의를 위한 싸움이 우리를 다음 길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위로했다.

한편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치러진 캔자스 지역 한 주립대 졸업식에서 축사하려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축사가 무산되자 이방카는 트위터에 “미국의 대학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축사 영상을 공개했다.

유성운·정은혜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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