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위로 코로나 선별진료소 70곳 문 닫아...커지는 대규모감염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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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약국에서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약국에서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1시 30분쯤, 워싱턴 DC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마이클·조안 김 부부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휴대전화를 열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하자, 약국으로 돌진하는 승합차가 보였다. 약국 유리 벽은 산산조각이 났고, 약국에 있던 감기·알레르기 약과 붕대 등은 도난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도 운영되던 김씨의 약국은 당분간 문을 닫았다.

미국 전역에서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의 약탈 및 폭력으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70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HHS)는 이번 시위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424곳 중 약 70곳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HHS는 지난 3월부터 사회적 취약 지역에 위치한 개인 소유 약국을 선별진료소로 지정해 운영해왔다.

HHS는 또 이번 시위로 5개 주에 위치한 보건소 최소 9개가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이 중 6개는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R 카푸토 HHS 차관보는 “도심 지역은 코로나19에 이어 (일부 시위대의) 폭력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그 결과 검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지역에서 오히려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WP에 밝혔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약국에서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약국에서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리카 슈왈츠 공중위생국(PHS) 부의무감은 “선별진료소가 하나라도 문을 닫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약사협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피해를 본 건 모두 개별 가족이 소유한 약국들이다. 이들은 수년에서 몇십년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을 위해 일해왔고, 코로나19 사태에서 보건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리아나 웬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게 되면 집회·시위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추적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 당장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확진자 수가 멈춰있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집회가 계속되며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란타 시장은 모든 집회 참여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집회가 시작된 미네소타주 보건부도 2일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 경우 증상에 관계없이 무조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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