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 "트럼프 홍보 하지마"···美유권자 35% '젊은 표심' 잃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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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대를 중심으로 인기인 미국 소셜미디어(SNS) 스냅챗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콘텐츠를 더는 홍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올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젊은 유권자를 공략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유권자 35% '젊은 표심' 공략 막힌 셈

젊은이들이 주로 쓰는 SNS인 스냅챗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홍보하는 것을 중단한다고 3일 밝혔다. [AP=연합뉴스]

젊은이들이 주로 쓰는 SNS인 스냅챗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홍보하는 것을 중단한다고 3일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 CNBC는 3일(현지시각)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이 스냅챗의 디스커버리 섹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콘텐츠를 더는 홍보(promote)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디스커버리 섹션은 스냅챗 안에서 뉴스·영화·광고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스냅은 이날 성명에서 "인종 폭력과 불의를 선동하는 목소리를 증폭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반 슈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인종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들과 연결된 계정을 홍보할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스냅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후 확산한 과격 시위에 대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이 시작된다”고 적어 파문을 일으켰다. 시민들에게 발포할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에 가장 먼저 반응한 SNS 기업은 트럼프 자신이 애용하는 트위터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트위터. [중앙포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트위터. [중앙포토]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게시물)이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운영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해당 트윗을 ‘숨김’ 처리했다. 자신이 올리는 글 중에 상당수가 숨김 처리가 되거나 경고 딱지가 붙자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번엔 스냅이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노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다만 기존 게시물이 삭제되지는 않을 방침이다.

트럼프 스냅챗 구독자는 150만명 

스냅챗의 사용자는 2억2900만명에 달하며 특히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전체 미국 유권자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18세~39세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에 제격인 SNS다.

일단 스냅챗 사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스냅챗 계정을 만들었고, 취임식 당시 영상도 스냅챗에 공개했다. AFP통신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스냅챗 계정의 구독자가 지난 8개월간 3배로 증가해 150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에서 온라인 선거운동 업무를 하는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젊은 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SNS를 활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젊은 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SNS를 활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해 7월 스냅챗 계정을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3년 가까이 늦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사용자의 얼굴에 합성해주는 사진 필터를 제공하는 등 활발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스냅챗 구독자 수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온라인 선거운동의 비중을 2배 이상 높였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트위터 이어 스냅챗까지 트럼프 제동...페북은? 

트위터에 이어 스냅챗까지 트럼프의 '막말'에 제동을 걸면서 이제 SNS 사용자들의 관심은 페이스북으로 넘어갔다. 10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현재까지 트럼프의 글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2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미온적인 대응에 불만을 품은 두 명의 소프트 엔지니어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창업 16년 역사상 가장 격렬한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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