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엔화’ 시동건 일본, 2022년 도입 중국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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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검토하 는 가운데 기축통화국 중 하나인 일본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검토하 는 가운데 기축통화국 중 하나인 일본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이 정식으로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에 맞서 기축통화국 중 하나인 일본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디지털화폐가 부각된 것도 배경이다.

3대 민간은행 함께 검토회 발족 #한국은행도 내년부터 시험사업

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J·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은행이 참가하는 가칭 ‘디지털 엔화’ 검토회가 이달 중 발족한다. 민간 주도로 안을 만들어 올가을쯤 정부와 일본은행(BOJ)에 정식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도 적극적이다. 앞서 지난달 말 자민당 금융조사회는 “일본 정부·BOJ가 일체가 돼 (CBDC 발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인터넷이니셔티브(IIJ)가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기업 디카렛토(DeCurret)가 검토회의 사무국 역할을 맡는다. 일본 수도권에서 널리 사용되는 전자화폐 ‘스이카(Suica)’를 발행하는 JR동일본과 통신·유통 대기업 등 10여개 업체도 참여한다.

별도의 은행계좌 개설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스이카는 지금까지 약 8000만 장이 발행됐을 정도로 이용자가 많다. 스이카를 연동하면 디지털 엔화 도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일본이 디지털 화폐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디지털 화폐 도입 시 통화량을 조절해 경기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기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대세를 거스르긴 힘들다는 판단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발표한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연말쯤 발행할 계획이고, 중국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DCEP)를 전면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달 일부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실증 시험에 들어간 상황이다. 스웨덴·캄보디아 등도 CBDC 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BOJ는 유럽중앙은행(ECB)·잉글랜드은행·캐나다은행 등 5개 주요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CBDC 발행을 연구하는 조직을 꾸렸다. 이번 검토회는 이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움직임으로 중국에 CBDC 기술 표준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짚었다. 한국은행도 올해 안에 CBDC 기술검토를 마치고 내년부터 초기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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