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출마 굳힌 이낙연…민주당은 '당헌 개정' 꽃길 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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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일 의원회관으로 향하는 첫 출근길에 "우리 앞에 과제가 너무 많아 머리가 무겁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8월로 임기가 끝나는 이해찬 대표의 뒤를 이어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일 의원회관으로 향하는 첫 출근길에 "우리 앞에 과제가 너무 많아 머리가 무겁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8월로 임기가 끝나는 이해찬 대표의 뒤를 이어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일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회 의원회관에 첫 출근했다. 2014년 전남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지 6년 만이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 앞에 과제가 너무 많아 머리가 무겁다”고 했다. 개인적 소회가 아닌 ‘우리’를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한 인사는 “은연 중 당을 이끄는 위치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느낌”이라고 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위원장이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민주당에선 전당대회 룰을 다룬 당헌·당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대권 도전 의사가 있는 인사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경우 대선 선거일 1년 전까지는 사퇴하도록 한 당헌 제25조 2항에 따라 2021년 3월에는 물러나야 한다. 민주당에선 4·15 총선 때 차기 대선 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당권 도전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을 맡은 안규백 의원이 바빠졌다. 새 당 대표가 대선 도전을 위해 내년 3월 중도 사퇴할 경우까지 대비해 지도부 구성과 관련한 계획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 사퇴 무관 최고위원 임기 보장 '가닥'  

당 대표가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사퇴할 경우 최고위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논란이다. 당 대표와 함께 중도사퇴해야 하는지, 당 대표 거취와는 관계 없이 임기 2년을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다. 최고위원 임기 관련 규정은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라는 내용의 당헌뿐이다. 이 조항을 놓고 당내에서는 ‘새 대표가 뽑힐 경우 최고위원 임기는 함께 끝난다’는 해석과 ‘최고위원 임기는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섰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당 대표가 바뀌었는데 최고위원이 '임기'를 앞세워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청와대 수석과 장관들을 그대로 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당 지도부는 최근 당 대표 사퇴시 다른 최고위원들도 동반사퇴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법률 자문을 받았고 “어느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자문결과가 보고됐다고 한다. 민주당 전준위는 일단 최고위원 임기 2년을 그대로 보장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당헌 개정을 준비 중이다. 지도부 전체가 물갈이될 경우 리더십 공백 등 현실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해서다.

안규백 의원은 지난 29일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에 임명됐다. 당권 후보를 비롯 당 내 전반적인 의견을 청취해 최고위원의 임기 2년을 보장하는 방향의 당헌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의원은 지난 29일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에 임명됐다. 당권 후보를 비롯 당 내 전반적인 의견을 청취해 최고위원의 임기 2년을 보장하는 방향의 당헌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 공백을 없애기 위해선 당 대표의 중도사퇴 상황까지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여러 방면의 당헌·당규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우선 당권 주자들과 당내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해 최고위원 임기 보장과 관련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고위원은 당 대표의 비서가 아닌, 각자가 한 명의 지도부라는 의견이 최고위원 임기 보장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조직·당헌개정·총무 등 5개 분과로 구성된 전준위는 이달 내에 최고위원 임기를 보장하는 방향의 당헌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당헌·당규 개정안이 최종 확종되면 오는 8월 전당대회부터 적용된다.

단일→집단 '지도체제' 변경 요구도 

당내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지도부 운영을 현행 단일 지도체제에서 집단 지도체제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단일 지도체제는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지도부를 선출하는 구조다. 그만큼 당 운영 권한이 대표에게 집중된다. 민주당은 2018년 6월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단일 지도체제 방안을 확정했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단일 지도체제다. 하지만 당 대표 중도 사퇴시 최고위원의 임기와 관련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번 기회에 지도 체제 역시 합동 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단일 지도체제다. 하지만 당 대표 중도 사퇴시 최고위원의 임기와 관련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번 기회에 지도 체제 역시 합동 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집단 지도체제는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는 방식이다.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대표를, 후순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을 맡는 식이다. 득표 순위에 따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나뉘는 만큼 당 운영과 관련한 권한도 지도부에 골고루 분배된다. 또 집단 지도체제에선 당 대표가 중도 사퇴할 경우 2위 득표자가 당 대표직을 승계해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집단 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권력이 커질수록 견제 장치 역시 한 층 촘촘해져야 한다는 측면에선 당 대표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민주적 정당의 형태”라며 “또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에 따른 최고위원 임기 문제도 집단 지도체제를 통해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 일각에선 집단 지도체제 전환이 특정 당권 주자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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