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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노태우 '5.18 참회의 꽃'···장남 노재헌 통해 묘지 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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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헌화한 꽃. 오른쪽은 12·12, 5·18 관련 군사반란과 내란행위 재판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대에 선 노태우 전 대통령. [뉴스1] 중앙포토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헌화한 꽃. 오른쪽은 12·12, 5·18 관련 군사반란과 내란행위 재판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대에 선 노태우 전 대통령. [뉴스1] 중앙포토

신군부 주역, 5·18묘역에 '참회의 꽃' 

투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의 친아들을 통해 국립5·18민주묘지에 묻힌 영령에게 참회의 꽃을 바쳤다. 신군부의 주역 중 간접적으로나마 5·18묘지에 헌화하고 5·18 희생자들을 추모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장남 노재헌씨, 29일 광주 5·18묘역 방문 #아버지 노태우 명의로 된 꽃 바치고 참배 #“5·18 영령들 추모”…신군부 주역 중 최초

 노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는 29일 오전 11시30분쯤 상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는 5·18민주묘지 제단 앞까지 이동한 후 자신의 아버지 이름으로 된 조화를 헌화하고 분향했다.

 그가 이날 5·18묘역에 바친 꽃에는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 제13대 대통령 노태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80년 5월 광주 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이 5·18제단에 직접 꽃을 바치고 사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재헌씨는 김의기·김태훈·윤한봉 열사의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의 뜻을 표명한 뒤 구묘역으로 불리는 망월동 묘역으로 이동했다.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도착한 그는 이한열·이재호 열사 묘소에 참배했다. 이날 참배에는 김후식 전 5·18부상자회장과 노덕환 미주 평통 부의장 등 5명이 함께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뉴스1]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뉴스1]

"5·18,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 

 앞서 노씨는 참배 전 5·18민주묘지 방명록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고 적었다.

 재헌씨의 5·18묘지 참배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해 8월 23일 5·18묘지를 찾아 헌화·분향한 후 윤상원·박관현 열사와 전재수 유공자 묘역을 참배했다. 신군부 주역의 직계가족 중 5·18묘지를 찾아 사죄한 것은 당시 재헌씨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12월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을 둘러보고,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 유족들과도 만나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재헌씨는 당시 5·18단체 관계자와 만나 “신군부의 일원이었던 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장남으로서 광주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가 고(故) 이한열 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가 고(故) 이한열 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유혈진압 책임자…실형 선고받아

 노 전 대통령은 신군부의 주역으로 5·18 당시 유혈진압과 학살 책임의 당사자로 꼽혀왔다. 그는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과정에서는 자위권 발동 결정과 헬기 지원 등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당시 수경사령관으로 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을 결정했던 회의에 전두환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참석한 게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5·18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 전 대통령 등 신군부 핵심 인사 18명과 함께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검찰과 법원은 12·12, 5·18을 군사반란과 내란 행위로 판단했고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형 등 핵심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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