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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기각' 송철호 측근 "檢, 골프공 문자 하나에 소설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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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 송봉근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 송봉근 기자

지역 중고차 업자에게 수천만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캠프 선대본부장 김모(65)씨가 29일 “검찰이 문자 하나를 보고 소설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청와대의 하명수사에 이어 불법 정치자금으로 송 시장을 직접 겨누려고 했던 검찰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청와대 하명 수사’ 차질 빚나

김 전 선대본부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골프공) 문자 하나 보고 검찰이 소설을 쓴 것”이라며 “본부장이 돈을 받았다면 그 캠프가 살아남지 못한다”며 억울해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내 주변인 수십명을 불렀다”며 “‘울산시민 다 불려갔다’는 말까지 나온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본부장 휴대폰에서 “진짜 골프공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마음을 잘 전달해 달라, 본부장이 역할을 잘 해달라”는 내용의 울산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 장모(62)씨의 문자메시지를 실마리로 수사를 벌여왔다. 2000만원이 든 골프공 박스의 종착역이 송 시장이라는 의심에서다.

현 민주당 울산시당 상임고문인 김 전 본부장은 울산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 장씨로부터 “자동차 경매장 부지를 자동차 판매장 용도로 변경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8년 지방선거 이전 2000만원을, 지난달엔 3000만원을 각각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영장이 청구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에 의해서는 구속할 만큼 피의사실이 소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檢의 의심, 수상한 용도 변경  

검찰은 장 대표가 처음 2000만원이 담긴 골프공 박스 4개를 김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는 2018년 6월 5일 만남에서 송 시장이 함께한 사실을 확인해 영장에 송 시장을 공범으로 적었다. 다만 송 시장 측은 동석한 것은 맞지만 돈을 전달 받을 틈 없이 2~3분만에 일어났고, 이후에도 만날 일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장모 대표가 운영 중인 울산 지역 중고차 매매업체. '자동차 경매장'이 아닌 '매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백경서 기자

장모 대표가 운영 중인 울산 지역 중고차 매매업체. '자동차 경매장'이 아닌 '매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백경서 기자

그러나 장 대표가 김 전 본부장에게 청탁한 내용의 민원 처리 과정이 의심스럽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장 대표가 김 전 본부장에게 용도 변경을 청탁했던 ‘자동차 경매장’ 땅은 장 대표가 울산 시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것을 계기로 용도 변경이 검토되고 있다.

애초 주무부서인 울산시청 도시계획과에서 “물류법상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던 사안에 대해 장 대표가 다시 민원을 제기했고, 이후 용지 변경에 대한 외부 용역이 맡겨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다만 김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장 대표의 민원에 대해 절차적 안내를 했을 뿐, 송 시장이나 시청에 직접 민원을 넣은 적은 전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與 압승한 4‧15 선거 뒤, ‘소환 불응’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처럼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송 시장의 선거캠프로 뒷돈이 오고 간 흐름이 ‘청와대의 송철호 당선 프로젝트’를 방증하는 정황이라고 본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으로 출발한 검찰 수사가 ‘불법 정치자금’과 ‘매관매직’ 의혹 수사로까지 뻗어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이후 대부분의 사건 관계인들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불가피하게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송 시장 등 재판에서 “현직 경찰들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출석을 조직적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항의했다. 앞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핵심 관계인들도 검찰 소환을 수차례 미뤘으며, 김 전 본부장 역시 수차례 소환 불응한 끝에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

김수민‧김민상‧이수정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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