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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로켓성장 쿠팡, 코로나로 위기 봉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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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 이어 고양물류센터에서도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 방역관계자가 반월공단 내 쿠팡 물류센터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 이어 고양물류센터에서도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 방역관계자가 반월공단 내 쿠팡 물류센터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스닥 상장으로 ‘한국의 아마존’ 등극을 꿈꿔 온 쿠팡이 2010년 창업한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쿠팡 최대 물류센터인 경기도 고양 물류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뚫렸다.

부천 이어 고양 메가물류센터 폐쇄 #작년 매출 7조, 올 1분기 5조 육박 #주문 폭주에 단기직 늘며 방역 구멍 #배송 차질, 소비자 이탈 가능성 #‘한국의 아마존 꿈’에 일단 악재

28일 쿠팡은 “고양 물류센터 사무직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고양물류센터 전체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날 확진자 발생 안내문에서 “어려운 시기에 저희까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방역 당국과 협의해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계속해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을 연 고양물류센터는 쿠팡의 허브 터미널인 ‘메가물류센터’다. 2018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 추가 투자를 받은 쿠팡은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더 빨리 배송해주는 ‘로켓 배송’을 위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확대해 왔다. 2014년 27개였던 배송센터(배송캠프 포함)는 현재 168개에 달한다.

이중 고양은 판매상품 적재부터 재고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일명 ‘풀필먼트 센터’다. 규모는 쿠팡 물류센터 중 가장 크다. 약 13만2231㎡(4만평)로 정규직 300명을 포함해 3300명이 일한다.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 배송은 노동집약적 업무다.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을 매일 수백명씩 채용한다. 쿠팡이 지난해 지출한 인건비는 1조4246억원에 달하는데 대부분 배송 관련 비용이다. 쿠팡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업체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단기 근로자를 수시로 채용해왔다.

2019년 주요 e커머스 실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9년 주요 e커머스 실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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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인력을 고용하지 않으면 ‘배송 대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소비자 이탈로 연결된다. 사람이 모일수록 감염 위험성은 증가하는데, 소비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배송 주문을 많이 할수록 물류센터는 더 위험지대가 된다. ‘온라인 강국 대한민국’의 슬픈 역설이다.

코로나19에도 한국에 사재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쿠팡이 거론됐다. 소비자에겐 주문한 생필품이 반드시 다음날 문 앞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사재기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쿠팡의 배송량과 매출은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쿠팡의 1분기 매출은 5조원에 육박한다. 물동량도 최대 2배로 증가했다는 관측이다.

쿠팡은 창업 이후 줄곧 한국이 아닌 미국 상장을 목표로 해왔다.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은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고, 이를 위한 세금구조 개편 등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쿠팡은 지난 3월 말 전자상거래 사업과 핀테크 사업을 분사해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액 7조1531억원(전년 대비 64.2% 성장)을 기록하고 영업손실은 7205억원으로 전년(1조1276억원)보다 36% 줄이면서 ‘한국의 아마존’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까다로운 나스닥 상장 조건을 맞추기 위해 리스크를 관리해온 쿠팡에 이번 사태는 악재다. 쿠팡은 각 물류센터의 처리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핵심 물류센터 중 두 개가 운영을 중지하면서 서울 지역 배송은 일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이미 주문한 로켓배송 제품은 배송 지연이 있을 수 있으나 인천 덕평 등 다른 물류센터에서 최대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안한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이탈할지도 주목된다. 쿠팡은 충성 고객이 확고하다고 자평하지만, 쿠팡의 위기는 이베이·11번가·티몬 등 기존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점유율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벽 배송은 롯데와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강자까지 참여를 선언한 전쟁터다. 쿠팡의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0%대로 아직 절대적 강자는 아니다. 쿠팡이 최대 악재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따라 시계 제로의 한국 전자상거래 지형이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전영선·추인영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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