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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면 15년, 고의는 10년···경주 스쿨존 사고 '민식이법'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주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SUV 차량이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을 들이받은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발적 사고가 아닌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경찰은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가해 운전자가 받게 될 처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수면 최대 15년형, 고의는 10년

사고 장소는 스쿨존인 만큼 가해 운전자에게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민식이법뿐 아니라 살인미수나 특수상해까지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병언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는 “민식이법은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에만 적용된다”며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과실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민식이법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가해 운전자가 받게 될 처벌 수위는 어떤 혐의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징역형의 경우 민식이법이 적용되면 가해 운전자에게 최대 15년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반면 고의성이 입증돼 특수상해가 적용된다면 선고 가능한 징역형은 10년 이하다. 민식이법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을 처하도록 규정된 반면 특수상해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이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선고될 최고 형량은 과실일 경우가 고의성이 입증됐을 때보다 오히려 높다.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한 학생이 후진하는 차량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한 학생이 후진하는 차량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벌금형 가능한 민식이법

그러나 전문가들은 “벌금형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식이법은 징역형뿐만 아니라 500만원~3000만원의 벌금형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반면 특수상해는 징역형만 있고 벌금형이 없다. 김정숙 변호사(김정숙 법률사무소)는 “선고되는 형량이 높지 않은 교통사고 특성상 최고 형량만을 가지고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선고가 가능한 특수상해가 처벌의 수준이 더 높다”고 말했다.

가해 운전자가 받게 될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정숙 변호사는 “민식이법이나 특수상해 모두 최고 형량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며 “아이의 부상 정도가 크지 않고 초범일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을 통해 실제로 징역을 살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지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유수)는 “아이가 도망간다고 어른이 차를 몰고 가서 고의로 박은 행동과 아이의 정신적 피해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재판부에서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살인의 고의 vs 상해의 고의

살인 미수 적용 여부도 여전히 논란이다. 사고 당시 영상을 공개한 초등학생 가족은 “운전자는 동생에게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었고 119 신고도 목격자가 대신했다”며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병언 변호사는 “사고 당시 차량 속도와 교통법규 위반 정도를 보면 아이가 다칠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있어 보이지만 살인 미수까지는 정황상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경찰서는 27일 교통범죄수사팀과 형사팀으로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SUV 차량 주인이 의도적으로 초등학생을 덮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 조사, 증거 수집을 통해 수사할 방침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교통사고에서 별도로 수사팀을 구성해 조사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경찰도 단순 과실이 아닌 어느 정도 고의성이 있다 보고 수사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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