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거 조작 이어 채용 비리 의혹까지 번진 울산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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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 1월 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사람이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에게서 3000만원가량을 받은 혐의가 있어 두 사람을 체포했다고 한다. 이 돈이 부정한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란 전망 속에 일각에선 송 시장 측이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송 시장 측 파렴치한 범죄 의혹 계속 나와 #정권 눈치 보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해야

이는 4·15 총선에 미칠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수사가 잠시 중단된 것이지 사건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검찰은 그동안 40~50명가량을 소환 조사하며 사건의 얼개를 맞춰 나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막강한 정치권력을 이용해 부정선거를 한 것도 모자라 일자리 장사까지 했다는 의혹은 ‘코로나 블루’로 뒤숭숭한 우리 사회를 또 한번 더 우울하게 만든다.

지난 2월 검찰이 송 시장과 전·현직 청와대 참모 등 13명을 기소하면서 밝힌 것처럼 울산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범죄 의혹과 관련돼 있다. 임 전 실장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다고 불법 선거 혐의에 대한 면죄부까지 받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울산시 산하 기관 채용을 조건으로 정치자금을 거둬들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도 당시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정치적 이유를 들어 사법적 심판까지 피하려는 것은 법치주의를 또 한번 농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시민은 이번에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특검 조사-검찰 재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살아 있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를 이어 나가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의 눈 밖에 났다고 밑에서 이번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봉합한다면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여권은 올 하반기에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을 시도할 것이고, 야권은 울산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책임을 물어 검찰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정의롭지 못한 검찰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권 행사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 극명할 땐 법과 원칙에 따라 매사를 처리하면 된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지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 총장의 갈등설이 나오고 있지만 많은 국민은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고 있다. 검찰 수뇌부도 국민만 바라보고 진실을 파헤쳐 줄 것을 촉구한다. 사건 수사를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검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