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는 정신대를 위한 기관인데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하냐”
“공장에 갔다 온 정신대와 위안부는 많이 다르다. 비유하자면 만두 겉면은 정신대로 빚어놓고 속에는 위안부를 넣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2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대’ 문제를 다루는 정대협이 정작 활동할 때는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다는 비판이었다.
정대협, '정신대'와 '위안부' 개념 혼용
이 할머니의 지적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이 ‘정신대’와 ‘위안부’의 개념을 혼용해 쓴 것에서 시작된다. 정대협은 1990년 만들어지면서 ‘정신대’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정신대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전시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징용돼 일본의 군수 공장 등에서 일한 미혼 여성을 의미한다.
성 착취를 당한 ‘위안부’와는 의미가 다르지만, 정의연은 해명자료를 통해 “1990년대 초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위안부) 피해의 실상이 알려지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 제도와 용어의 혼용이 있었다”면서 “활동가들은 혼동하지 않았다. 정대협은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정대협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 전문가도 “처음 발족할 때 윤정옥 초대대표가 ‘정신대’를 포괄적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 당시 ‘위안부’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낮았고 윤 대표도 크게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협 명칭 바꿔야 한다”는 주장 이전에도 있어
하지만 정대협이 명칭을 혼용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단 지적이 나온다. 일제 강제동원ㆍ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인 정혜경 박사는 “개념이 혼용되다 보니까 조사를 나가면 근로정신대 피해자분들이 오해를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정신대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 가족들이 ‘위안부’로 오해해 외면당하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고 했다.
실제 정대협을 둘러싸고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명칭을 정대협 아닌 다른 명칭 바꾸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대협쪽에서 국제적인 기구가 돼 못 바꾼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한 정대협 원로는 “단체 이름은 고치는 것이 어렵고 이미 널리 알려져 인식된 사회적 상황도 중요했기 때문에 그대로 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명칭 구분 필요”
일각에선 ‘정신대’와 ‘위안부’ 모두 피해자인데 구별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 박사는 “2차 피해를 보고 계신 분들이 (명칭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상당 기간 있었고 정신대 피해자분들이 지원을 제대로 못받는 부분이 있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2009년 근로정신대 피해자를 위한 시민단체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새롭게 만들어졌고 정대협도 2016년 정의기억연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이번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후 정의연은 “정대협은 일관되게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활동 단체다. ‘정신대’는 운동의 역사적 산물에 불과하다”고 해명해 ‘정신대’ 피해를 축소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