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30대 여성에 미래 맡겼다···'포스트 심상정' 뜬 장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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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뉴시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뉴시스]

정의당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30대''여성'을 택했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장혜영(33) 비례대표 당선인을 만장일치로 위원장에 선출했다. 장 위원장은 선출 후 중앙일보와 만나 "당의 가치를 원점부터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15명의 혁신위원 중 유일한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인 점, 여성·청년을 대변할 수 있단 점 등이 고려됐다. 올해 8월 혁신 당대회(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뽑히기 전까지 쇄신안을 만든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출 소감은 
내가 여성·청년이어서 선출됐다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이제 여성과 청년이 한 정당을 대변할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로 봐줬으면 한다.
활동 기간 3개월은 짧지 않나
고민이 많다. 혁신위가 '해답'을 찾으려고 하면 상황이 몹시 어려워질 거다. 모두가 함께 해답을 찾는 과정을 돕는 거라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앞으로의 방법은 대화, 대화, 대화다. 
활동 계획은
당의 가치를 원점부터 다시 살펴볼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온·오프라인으로 당내 대화를 잘 도울 것이다. 혁신위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다. 혁신위원들만 모여 대화하기보단 '커다란 귀'를 만들 거다.
당대표 중심의 현재 지도체제도 손볼 것인가.
성역없이 대화할 거다. (대중정당이 되기 위해) 당비를 낮추는 방안도 다뤄질 수 있다.

장 위원장은 앞서 발족식에선 "정의당의 혁신은 단순히 정의당만의 혁신이 아니라 '정의롭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다시 규정하는 일"이라며 "코로나19시대에 진보정당이 가져야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하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목받은 선명성과 대중성…"정의당 거대 양당과 다른 길 가야" 

혁신위원장은 당의 노선과 구조를 새로 그리는 자리지만 정의당 안팎의 관심은 쇄신안의 내용 만큼이나 장 위원장이 '포스트 심상정'의 대안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정의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장 위원장은 21대 당선인들 중 유일하게 정치적 입장이 선명하면서도 대중성 갖출 잠재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며 "혁신위는 장 위원장이 차세대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영입인재로 입당한 장 위원장은 입당 전부터 심상정 대표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이 한창일 때 입당 제안을 받은 그는 '조국 장관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심 대표에게 "지금이 민주당과 정의당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줄 때"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3월 청년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했다. 깊이 반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당선 후 여러 인터뷰에서 "필요하지만 거대 양당이 하지 않는 일을 정의당이 해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계속 내어 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4일 혁신위 발대식에 참석하면서 조성실 혁신위원과 주먹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4일 혁신위 발대식에 참석하면서 조성실 혁신위원과 주먹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생인 장 위원장이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1년 11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 중 자퇴할 때였다. 연세대 도서관 벽에 붙인 '공개 이별 선언문'이라는 대자보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그는 후일 "대학을 다니면서 내린 결론이 이 세상을 사는 데 대학 졸업장은 필요 없겠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대학을 떠나 2년간 세계 각지를 여행한 뒤 돌아온 장 위원장은 2013년 정신장애를 가진 여동생 장혜정 씨가 지내던 장애인시설의 인권침해 문제를 고발하며 장애인 인권활동가로 거듭났다. 2018년 공개된 여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사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입상하면서 장 위원장은 다시 주목받았다. 영화감독 외에도 유튜브 크리에이터, 싱어송라이터 등 장 위원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시각에서 혁신안을 만들어낸다면 정의당을 대표하는 여성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 위원장을 잘 아는 한 범여권 인사는 "정의당은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세력이 뒤얽혀 속사정이 복잡한 정당"이라며 "당내 기반이 취약한 장 위원장이 잡음을 제어해 가면서 기한 내에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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