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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환자 "코로나 우습게 봤다 저승사자 10번 하이파이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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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도전하는복학생 KoreanChallenger' 캡처

유튜브 채널 '도전하는복학생 KoreanChallenger' 캡처

"코로나 증상이 시작되고 한 열흘 동안은 죽을 것 같이 아팠다. 근육통 때문에 하루에 잠을 1시간도 자지 못하고 깼다. 약 부작용으로 먹은 음식과 물은 흡수가 되지 않아 구토와 설사에 시달렸다. 저승사자랑 10번 정도는 하이파이브한 느낌이다."

2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인 이정환(24·남) 씨는 자신의 투병 과정을 최근 유튜브에 공개하며 "죽다 살아나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코로나19 확진자라고 밝힌 걸까.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힘이 되고 코로나19 위험성에 둔감한 20·30세대에게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코밍아웃'(코로나19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걱정했다"며 "내가 코로나 감염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주위 사람들이 날 피하지 않을까, 막연하지만 퇴원 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부담감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저의 3주간의 투병생활 이야기가 가깝게는 우리 지인들, 멀게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4월 초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한 이씨는 자신의 감염 경로를 터키 현지 혹은 귀국길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난 지금도 언제, 어디서 코로나에 걸렸는지 정확히 알고 있진 않지만 다만 추측할 뿐"이라며 "첫 번째는 터키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바이러스 잠복기를 거친 뒤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터키에서 한국으로 오는 귀국편에 비행기나 경유지에서 감염자와 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씨는 양성 판정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감염 초기 별다른 증세 없이 건강해 확진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다. 그는 "3월 말부터 터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터키 정부가 국가 봉쇄를 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들려 급하게 4월 3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4월 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며 "인천공항에 들어오자마자 방역관이 하라는 대로 체온을 재고 방역 절차에 따랐는데 다행히 열이나 아픈 기색이 없어 인천공항에 따로 격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특별긴급 셔틀버스를 타고 제가 살고 있는 지역구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뒤 관용차를 타고 집까지 안전하게 돌아갔는데 다음날 아침 보건소에서 전화로 양성 통보를 하더라"면서 "당시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태릉선수촌 무증상자 센터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내 이씨에게도 코로나19 증상은 찾아왔다. 그는 "태릉선수촌 무증상자 센터에 온 다음날인 4월 6일 오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이날 점심시간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상황이 악화됐고 저녁 시간쯤 열이 펄펄나서 체온을 재봤더니 39도가 나왔다"며 "그때부턴 유증상자로 분류돼 근처에 있는 서울의료원 코로나19 병동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병원 입원과 동시에 이씨와 바이러스의 사투는 시작됐다.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투약한 에이즈 약마저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고 열흘 동안은 죽는 줄 알았다"며 "열이 펄펄 나고 기침을 계속 했으며 근육통이 심해 잠을 1시간도 채 못 잘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해 먹은 에이즈 약인 '칼레트라' 부작용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물과 음식이 구토와 설사를 통해 몸 밖으로 그대로 나와 온 몸이 말라갔고 사람이 하얗게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 '잘못하면 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입원 열흘 뒤부터 이씨의 상태는 호전됐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칼레트라라는 약이 열흘이 지나서야 효과를 발휘해 열과 근육통 증상이 많이 완화됐고 2주 뒤부턴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며 "약 부작용이 사라지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고 회복이 빨라지면서 잠도 잘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원 3주차에는 맨몸운동인 팔굽혀펴기 등을 하며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씨는 육체가 건강해지면서 긍정적인 생각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컨디션이 좋아지니 무엇보다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게 돼 정말 좋았다"며 "힘들 땐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는데 몸이 건강해지니까 희망적인 생각이 든다"고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유튜브 채널 '도전하는복학생 KoreanChallenger' 캡처

유튜브 채널 '도전하는복학생 KoreanChallenger' 캡처

이씨는 이태원발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보며 2030세대에게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과거의 제가 그랬듯 20·30대 여러분이 코로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도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까진 이 병을 우습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제가 코로나에 걸려 보니 20대도 코로나에 걸리면 진짜 아파 죽을 것 같다"며 "여러분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리면 진짜 아파 죽을 지도 모른다"고 충고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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