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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열차 운행 모두 끝난 심야에 움직이는 '노란색' 기차의 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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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30m에 달하는 멀티플 타이탬퍼는 가격도 60억원이 넘는다. [강갑생 기자]

길이가 30m에 달하는 멀티플 타이탬퍼는 가격도 60억원이 넘는다. [강갑생 기자]

 KTX와 ITX-새마을 등 열차 운행이 끝나는 깊은 밤에 더 바빠지는 곳이 있습니다. 우선 차량을 점검하고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차량기지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요.

 그에 못지않게 열차가 다니는 선로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복구하는 지역별 시설사업소들도 꽤나 바빠집니다. 이들 사업소에서는 선로 정비와 보수를 위해 다양한 특수기차, 즉 보선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열차나 전철을 타고 영등포역, 용산역 등 주요 역을 지나다 보면 가장자리 선로에 세워져 있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독특한 모양의 기차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차들이 대부분 보선 장비입니다.

 노란색에 독특한 모양, 보선장비  

 코레일에 따르면 선로 정비를 담당하는 조직은 지역별로 나뉘어 있고, 보유하고 있는 장비도 여러 가지인데요. 최근 영등포역 인근에 있는 코레일 수도권 서부본부 영등포시설사업소를 방문했습니다. 관할 구역 내에 있는 경부선과 경인선 일반철도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오동진 장비팀장은 "보선 작업을 하는 인력은 2개 조로 나눠 격일제로 오후 3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오전 7시에 퇴근한다"며 "모든 열차 운행이 끝나는 새벽 1시 반 이후에 본격적인 작업에 나선다"고 소개합니다.

멀티플 타이탬퍼의 가운데 위치한 중앙조정석. 각종 계기판과 조정버튼이 빼곡하다. [강갑생 기자]

멀티플 타이탬퍼의 가운데 위치한 중앙조정석. 각종 계기판과 조정버튼이 빼곡하다. [강갑생 기자]

 작업을 할 때는 보선 장비 한 대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각각의 기능을 가진 장비들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데요. 이곳에선 국내에 몇 안 되는 거대한 '멀티플 타이탬퍼(Multiple Tie Tamper,MT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길이가 30m에 달하고 무게도 105톤이나 되는 이 장비는 궤도의 비틀림이나 휘어짐 등을 잡고 주변을 다져주는 역할을 합니다. 양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기차 중앙에 있는 조작실에서 작업을 진행합니다.

 60억원 넘는 괴력의 MTT 

 휘어지거나 비틀어진 선로를 침목과 함께 들어 올리고 그 주변을 다져서 정상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하는데요. 오스트리아 플라서 앤 토이러사에서 제작한 장비로 가격은 63억원에 달합니다.

 오 팀장은 "MTT는 한 번에 침목 3장을 다질 수 있어 다른 장비에 비해 작업량이 월등하다"며 "제작사에서 밝힌 작업속도는 시간당 2㎞이지만 실제로는 신호 시설물 등 장애 요인이 많아서 시간당 500m가량 작업한다"고 말합니다.

밸러스트 레귤레이터는 선로변에 흩어진 자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강갑생 기자]

밸러스트 레귤레이터는 선로변에 흩어진 자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강갑생 기자]

 이 사업소에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장비가 있는데요. '스팟 멀티플 타이탬퍼(Spot Multiple Tie Tamper)' 입니다. MTT와 역할은 같지만, 체구나 기능이 작다고 해서 '주니어 MTT'로 명명하는데요. 이 주니어 MTT는 한 번에 한장의 침목만 다질 수 있습니다. 길이는 20m가 조금 안 되고, 가격은 20억 정도입니다.

 이들 MTT가 궤도를 정비하고 나면 '밸러스트 레귤레이터(Ballast Regulator)'가 뒤따라오면서 선로 변에 흩어져 있는 자갈을 정리해주는데요. 자갈을 고르게 밀어서 자갈 도상의 단면을 규격대로 유지해주는 겁니다. 참고로 밸러스트는 철도나 도로의 바닥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까는 자갈을 말합니다.

 보선작업, 여러 장비가 한 팀 

 이어서 '밸러스트 콤팩터(Ballast Compactor)'나 '궤도 안정기'가 최종작업을 해준다고 하는데요. 밸러스트 콤팩터는 레일의 침목 사이나 도상 어깨의 표면을 다지는 장비로 침목을 도상에 단단히 붙어있게 해 저항력을 키워주는 기능을 합니다.

 궤도 안정기는 직접 때려서 다지는 대신 강한 진동을 줘서 도상을 다지는 방식인데요. 강한 진동이 가해지면 조금씩 비어있던 틈새로 자갈이 채워지면서 도상이 더 단단해지고 궤도도 안정된다는 설명입니다.

궤도 안정기는 강한 진동으로 도상을 다져준다. [사진 코레일]

궤도 안정기는 강한 진동으로 도상을 다져준다. [사진 코레일]

 이렇게 열차 운행에 따라 발생하는 궤도 틀림을 보수하는 작업을 1종 작업이라고 구분합니다. 2종 작업은 1종 작업 외에 선로에 깔린 자갈을 바꿔주는 이른바 '자갈치기'가 더 포함된다고 하는데요.

 자갈 도상의 경우 자갈이 마모되면 보수효과도 떨어지고 저항력이 약해져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 정도 이상 자갈이 마모된 경우에는 아예 자갈을 새로 바꿔주게 되는데요.

 마모된 자갈 바꾸는 '자갈치기' 

 이 역할을 하는 장비가 '밸러스트 클리너(Ballast Cleaner)' 입니다. 도상에 있는 자갈을 끌어올려서 규격에 맞는 자갈은 재사용하고, 나머지 자갈과 토사 등은 뒤따르는 호퍼카에 실어서 따로 처리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선로의 자갈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뚜껑이 없는 화차에 싣고 온 자갈을 더 살포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는 밸러스트 레귤레이터로 흩어진 자갈을 다시 정리해주고, MTT와 궤도안정기가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됩니다.

자길치기 작업을 하는 밸러스트 클리너. [j74bs님의 블로그 캡처]

자길치기 작업을 하는 밸러스트 클리너. [j74bs님의 블로그 캡처]

 오 팀장은 "2종 작업은 관할사업소별로 요청을 취합해 연말에 다음 해의 연간작업계획을 수립하게 된다"며 "여건상 모든 요청을 다 수용하기는 어려워서 통상 순차적으로 작업한다"고 말합니다.

 또 이러한 작업에 앞서 선로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기차들이 있는데요. 궤도의 틀림 여부를 확인하는 '궤도 검측차', 레일 내부의 상태를 파악하는 '레일 탐상차', 레일 표면과 침목에 결함이 있는지 등을 검사하는 '선로 점검차' 입니다.

선로점검차는 레일 표면과 침목에 결함이 있는지 등을 검사한다. [사진 코레일]

선로점검차는 레일 표면과 침목에 결함이 있는지 등을 검사한다. [사진 코레일]

 이들이 선로를 누비고 다니면서 이상이 있는 경우 정비분야에 통보하고, 보선 작업이 진행됩니다. 물론 기관사가 열차를 운행하면서 선로에 이상을 느껴 직접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때는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당일 야간작업을 통해 보수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해당 선로 주변에서는 서행토록 조치하고, 보수가 끝난 뒤 다시 원래 속도로 복귀시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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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보선 작업 외에도 전차선을 유지보수하는 장비 등 철도 안전을 위한 특수 장비들은 종류도 다양한데요. 안전하고 편안한 철도 여행의 이면에 이런 부단한 노력과 장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인상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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