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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의정부까지 고속철 넣어야 하나” GTX-C의 숨은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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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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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준비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수도권 동북부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지난해 말 ‘KTX 수도권 동북부 연장사업 조기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 1]

우원식 준비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수도권 동북부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지난해 말 ‘KTX 수도권 동북부 연장사업 조기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 1]

이르면 6~7년 뒤 덕정(경기도 양주)과 수원을 잇게 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년 2월 발표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에서 경제성분석(B/C) 값이 0.66에 그쳐 탈락했다. 통상 B/C가 1.0을 넘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당시 노선은 의정부~금정 사이 47.9㎞였다.

GTX-C, 고속철 의정부 연장 포함 #국토부, 예타 통과 뒤 고속철 배제 #법리 문제와 주민 신뢰 훼손 논란 #전문가 “삼성역까지라도 연결해야”

정부가 이듬해 관련 계획을 다시 손봤고, 2016년 1월 GTX-C에 대한 두 번째 예타가 시작됐다. KTX 수서~평택 노선(현재 SRT)을 의정부까지 연장하는 계획도 새로 포함됐다. 수서를 출발한 고속철이 삼성역을 거쳐 GTX-C 노선을 이용해 의정부까지 운행한다는 내용이다. “고속철과 GTX의 선로 공용을 통해 수도권 동북부 지역 주민의 고속철 접근성을 높여 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당시 정부 설명이었다.

예타가 한창 진행되던 2017년 11월 또 한차례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정부가 GTX-C 노선을 기존의 의정부~금정에서 덕정~수원으로 늘리겠다고 통보했다. 노선 연장도 74.2㎞로 대폭 길어졌다. 운행 구간이 크게 늘어난 만큼 수요도 더 많아질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이렇게 SRT를 의정부까지 연장하고, 노선도 늘린 덕에 GTX-C 사업은 2018년 말 마침내 예타의 높은 문턱을 넘어섰다. B/C값이 1.36이었다.

뒤이어 지난해 8월 송도~마석을 연결하는 GTX-B 노선도 어렵사리 예타를 통과하면서 GTX-A,B,C 모두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에는 GTX-D 사업도 거론될 정도로 GTX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업추진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GTX-C는 큰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SRT의 의정부 연장 때문이다. 예타 통과 이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SRT를 의정부까지 넣는 데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초 서울시가 추진 중인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건설계획에서 고속철 승강장을 빼라고 요구한 장면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삼성역에는 GTX-A, C와 SRT 등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

지하철과 GTX는 열차 바닥과 승강장의 높이가 같은 고상플랫폼을 쓴다. 반면 KTX와 SRT 등 고속철은 계단을 올라서 타는 저상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런 승강장이 없으면 지금의 고속철로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이를 수용해 설계 변경에 들어가면서 복합환승센터 완공 일정은 더 늦춰졌다.

국토부 요구대로라면 사실상 의정부는커녕 삼성역에도 고속철을 넣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삼성역은 GTX 운영만으로도 선로용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고속철을 넣기 어렵다”며 “SRT를 타려면 수서역을 이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고속철을 의정부까지 연장하더라도 수요가 별로 많지 않을 거란 예상도 한몫하고 있다. 예타에서 의정부발 고속철은 2025년 기준(일 20회 운행)으로 하루 평균 2만 1000명가량이 이용할 것으로 추정됐다. 승객이 하루 평균 30만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GTX에 비해 수요가 미미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2016년 12월 개통한 SRT 고속열차. [사진 SR]

2016년 12월 개통한 SRT 고속열차. [사진 SR]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예타에 제출된 사업계획서의 주요 내용을 정부가 예타 통과 이후 일방적으로 바꿔도 되느냐는 점이다. SRT의 의정부 연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여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전문가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의 타당성 재조사 기준에 따르면 SRT 연장사업을 빼도 전체 수요가 30% 이상 줄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자체적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반면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대한교통학회장)는 “고속철 연장은 GTX-C 사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를 제외하려면 타당성 재조사 절차 등을 거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법리적 문제 외에도 고속철 연장을 바라는 지역 주민과의 약속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져버리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예타에 포함된 사업 내용은 해당 지자체와 주민에게는 정부의 약속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를 뒤집게 되면 상당한 반발이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서울 노원구, 도봉구, 동대문구와 의정부시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KTX 수도권 동북부 연장운행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속철 연장은 서울∼의정부가 아닌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하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는 SRT를 삼성역까지 연장하는 절충안을 거론한다. 의정부에서 수서역까지 가려면 GTX-C를 타고 삼성역에 온 뒤 다시 GTX-A로 갈아타고 수서역까지 가야 해 상당히 불편하지만, 삼성역에 SRT가 들어오면 GTX-C로 한 번에 연결돼 편리하다는 주장이다. 김동선 대진대 교수는 “수도권 동북부 주민에게도 유용하겠지만, 삼성역의 국제업무 중심 기능 등을 고려할 때도 고속철이 최소한 삼성역까지는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 GTX-C 사업의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노선과 정차역, 그리고 고속철 연장 여부를 포함한 기본적인 운영계획 등이 담기게 된다. 국토부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GTX-C와 고속철 문제를 어떻게 결론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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