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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잃은 고통에…정희국 소방장 첫 순직 인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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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 정희국 소방장(왼쪽)과 강기봉 소방사의 119안전센터 생전 근무 모습. [사진 울산소방본부]

고 정희국 소방장(왼쪽)과 강기봉 소방사의 119안전센터 생전 근무 모습. [사진 울산소방본부]

구조구급 활동 중 동료를 잃고 3년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으로 고통받다 지난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울산소방본부의 정희국(당시 41세) 소방장이 위험직무 순직 인정을 받았다. 20일 오후 서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열린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 결과다.

4년전 태풍 속 구조 출동했다 사고 #외상후 스트레스 겪다 극단선택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21일 “위험직무 순직은 구조구급 활동 중 사망했을 때 신청이 가능한데, 그동안 현장 사망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됐다”며 “정 소방장은 현장에서는 구사일생했지만, 동료를 잃은 뒤 3년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받다 숨졌다. 전례가 없어 걱정했는데 올바른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희국 소방장은 지난해 8월 5일 숨졌다. 하루 뒤 그의 사물함에 3년 전 사망한 후배 강기봉(당시 29세) 소방사의 근무복이 걸려 있는 것이 발견됐다. 2016년 10월 5일 울산시 온산119안전센터에 근무하던 두 사람은 태풍 ‘차바’로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러 출동했다. 강변 차 안에 사람이 있다는 구조요청에 현장에 달려갔지만, 사람은 없고 오히려 두 사람이 물살에 갇히게 됐다. 정 소방장은 전봇대에, 강 소방사는 가로등에 의지하다 강 소방사가 “더는 못 견디겠어요”라고 했고, 좀 더 버틸 수 있었던 정 소방장은 후배만 보낼 수 없어 함께 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꼭 함께 살자”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 후 3년. 동료들은 정 소방장이 슬픔을 잘 견디는 것으로 알았지만 그의 사후 차 안과 휴대전화 등에서 “(…)너무 괴롭다.(…)”는 내용의 A4용지 25장 분량의 글이 발견됐다.

울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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