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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틈탄 ‘대출 강도’…234% 이자 못갚자 분식점 뺏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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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한 A씨는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작은 분식점 주인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고 두 달 만에 이자로 390만원을 받아냈다. 연 234%의 불법 고금리를 부과하기로 한 계약서를 근거로 내세웠다. 돈을 갚지 못하면 가게를 넘겨야 한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은 뒤 실제로 가게를 뺐기도 했다. 불법으로 챙긴 이자는 친인척 명의로 돌려 세무서의 눈을 피했다.

불법대부 소득은 친인척 명의 숨겨 #서민 울린 탈세 109명 세무조사

가족 명의로 도심 상가 20여 채를 사들인 B씨는 임대수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본인 이름으로 된 임대수익을 축소하기 위해 자녀와 친인척, 회사 직원 등 10여 명의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골프와 리조트 회원권 6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데 썼다.

국세청은 서민에게 피해를 준 탈세 혐의자 109명을 대상으로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불법 대부업자와 고액 임대소득을 얻은 건물주 등 39명 ▶명의 위장 유흥업소·클럽·성인게임장을 운영한 15명 ▶허위·과장광고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해 폭리를 취한 35명 ▶다단계·상조업체를 운영하며 수익을 가로채고 세금을 탈루한 20명이다. 국세청은 이들이 차명계좌나 이중장부 등을 활용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C씨는 건물 한 채를 회원제 룸살롱으로 꾸몄다. 일부 층은 ‘바지사장’(사업자 명의대여)을 내세워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모자 바꿔쓰기’ 방식으로 운영했다. 나머지 층에선 다른 업소 명의의 카드 단말기를 활용해 매출전표를 발행했다. 현금으로 들어온 수입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차명계좌에 입금했다.

건강보조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D씨는 허위·과장 광고로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유튜버·블로거 등 수백 명에게 1인당 수십만원을 주고 인터넷에 가짜 체험기를 올리게 하는 수법이었다. 그는 증빙 없이 광고 선전비로 지출했다고 처리하거나 친인척에게 허위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세금을 떼먹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명의 위장 등 악의적 탈세 혐의자는 검찰과 협조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탈세 혐의자 가족 등이 재산을 형성한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병행해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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