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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모범국 만들고 연금도 사양···'대만 정은경' 겸손한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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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가장 잘 대응한 나라로 꼽히는 대만. 인구 2380만명의 대만은 19일 기준 확진자 440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합니다.

[후후월드] 국가 안정에 기여해 중산훈장 받아 #운전기사·비서·사무실 등 각종 예우 사양해 화제 #정은경 본부장과 함께 WSJ가 꼽은 '숨은 영웅 7인' #"학자로 돌아가 코로나 19 연구"

이런 눈부신 성과는 한 인물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유행병 전문가이면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활약했던 천젠런(68) 부총통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천 부총통의 스토리를 다루며 그를 '대만의 무기'라고 표현했습니다. "마치 코로나 19를 미리 준비한 듯 커리어를 쌓아 온 인물"이라는 소개와 함께.

대만 천젠런 부총통은 퇴임 후 학자로서의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

대만 천젠런 부총통은 퇴임 후 학자로서의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

천은 국립 대만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공위생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는 대만 위생서(위생복리부 전신) 서장을 지냈습니다. 이 덕에 대만에서 '사스 퇴치 영웅'으로 불립니다. 사스 때도 활약했던 전염병 전문가가 마침 부총통이었던 건 대만에 큰 행운이었습니다. 코로나 19가 확산하자 그는 발빠르게 '전 국민 대상 부총통 강의' 동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며 코로나 19 대처법을 알렸습니다.

그가 코로나 19 사태를 맞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2003년 사스 때의 참혹한 경험입니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스 당시 대만에선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만큼 절망적이었던 것이죠.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집념이 코로나 19 방역을 성공하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과 함께 천젠런을 코로나의 '숨은 영웅 7인'으로 꼽았습니다. WSJ은 "사스가 발병한 이후 그가 시작한 보건 데이터 통합 노력이 이번 사태에서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만을 방역 모범국으로 이끈 천젠런 부총통. 그는 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국민 코로나 강의'를 개설했다. 이 강의는 무료 동영상으로 공개돼 있다. [하하우 동영상 캡처]

대만을 방역 모범국으로 이끈 천젠런 부총통. 그는 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국민 코로나 강의'를 개설했다. 이 강의는 무료 동영상으로 공개돼 있다. [하하우 동영상 캡처]

코로나 19 방역에 성공한 그는 이제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19일 대만 자유시보는 천 부총통이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학자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천 부총통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게 '중산훈장'을 받았습니다. 중산훈장은 중화민국(대만)에서 두 번째로 격이 높은 훈장으로 국가 안정 및 건국 사업에 특별한 공헌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1941년 이후 천 부총통까지 총 4명의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훈장을 수여한 차이잉원 총통도 각별한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물러나는 과정도 화제였습니다.

부총통 퇴임 이후 관련 법령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예우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섭니다. 19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관련 규정에 따라 전직 대만 부총통은 매달 6020달러(730만원) 규모의 연금을 받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서·운전기사·사무실까지 나오는 데 이걸 다 포기했습니다. 대만뉴스는 그를 "예우를 사양한 최초의 부총통"이라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19로 격무에 시달렸던 그가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예우까지 사양한 대인배의 면모를 보인 겁니다. 겸손함에 친근함도 갖췄습니다. NYT는 "앞니를 드러내며 웃는 미소와 회색 머리가 인상적인 그는 대만에서 '큰 오빠'로 불린다"고 보도했습니다.

천젠런 대만 부총통(오른쪽)이 19일 중산훈장을 받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천젠런 대만 부총통(오른쪽)이 19일 중산훈장을 받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학자로 돌아가는 그의 연구 주제는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코로나 19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코로나 종식에도 공헌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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