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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메르켈도 기대는 '獨 정은경'···"살해 협박 받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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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싸우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코로나 전문가가 있습니다. 감염학 권위자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48)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베를린 의과대학 부속병원)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이 그 주인공인데요,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그를 '최고 설명 책임자(explainer in chief)'라고 소개했습니다.

2002년 사스 발견한 팀에 몸 담아 #2020년 코로나 정보 팟캐스트로 인기 #"중국 발원한 것으로 보여, 우한시장은 아닌 듯" #"독일인에게 난 악당, 경제 망친다며 살해 위협도"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코로나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2월부터 코로나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정확한 정보를 청취자들에게 전달해왔다. [NDR 트위터]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코로나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2월부터 코로나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정확한 정보를 청취자들에게 전달해왔다. [NDR 트위터]

중국에는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공정원(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학술기구, 한국공학한림원과 유사) 원사(院士·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학자에게 주는 칭호), 미국에는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 한국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이 있듯이 독일에는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이 있는 셈입니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샤리테 병원은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병원으로 과거 흑사병 연구가 이뤄진 곳이기도 합니다.

드로스텐은 팟캐스트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코로나 정보전달'의 최고 권위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가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독일 지역 공영방송인 북독일 방송(NDR)이 기획한 팟캐스트입니다.

지난 2월 말부터 그는 30~40분에 걸쳐 코로나 관련 질의응답을 하는 '코로나 업데이트' 방송에서 정보를 전했는데요. 그동안 이 방송 청취 수는 3400만회에 달한다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NDR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송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애플 아이튠스 순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로 꼽혔고 스위스에서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코로나에 비교적 잘 대처했단 평가를 받고 있지요. 독일의 확진자는 15만여명이지만 사망자는 5300여명으로 치사율(확진자 대비 사망자)이 3.5% 수준입니다. 치사율이 10%를 훌쩍 넘는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도 드로스텐은 최근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밤에 잠을 못 이룬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많은 독일인에게 나는 경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악당"이라면서 "살해 협박을 받아 그 협박을 경찰에 통보한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경제 주체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를 원망하는 이들도 생겨난 것이죠.

사실 그에게는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팟캐스트에서 그는 "독일 정계 자문 활동을 더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는 독일 연방 정부가 자문하는 많은 학자 중 하나일 뿐이고 통금 조치 등의 정책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이 드로스텐 소장에게 코로나 위기에 대한 '정치적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을 때도 그는 한발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는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자"라면서 정치적 결정에서는 발을 뺐다고 합니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코로나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3월 26일 독일에서 열린 컨퍼런스장에서 나오고 있는 드로스텐 소장의 모습. [AP=연합뉴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코로나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3월 26일 독일에서 열린 컨퍼런스장에서 나오고 있는 드로스텐 소장의 모습. [AP=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이렇게 그에게 의지하려고 한 것은 그가 18년간 세계를 뒤흔든 바이러스와 끊임없이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지는 "드로스텐 소장의 커리어는 세계적으로 유행한 바이러스의 변천과 '평행 관계'가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2002년~2003년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를 발견한 팀의 일원이기도 했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식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보다 먼저 이를 위한 진단검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2년~2013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때도 그는 낙타가 메르스를 전파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다시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가 어디라고 보고 있을까요. 영국 가디언지가 "전염병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우한 수산물시장에서 시작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간 숙주인 동물이 번식한 곳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검사를 빠르게 많이 시행하는 것과 올바른 정보를 널리 알리는 것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키포인트라고 믿고 있습니다. 드로스텐 소장은 "독일이 사망률이 낮은 이유는 보건당국이 검사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독일에서는 일주일간 평균 50만건의 검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횟수가 많은 한국의 사례를 극찬하기도 했지요. 또 그는 학술자료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논문이 무료로 공개되는 학술지에 주로 기고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유럽에서 권위있는 코로나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코로나 시대가 언제든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유럽에서 권위있는 코로나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코로나 시대가 언제든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P=연합뉴스]

일부 정치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정치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그는 우려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리더의 특징은 이 코로나 19 상황을 정치적인 기회로 삼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좋은 리더는 이것이 얼마나 비생산적인지 알고 있다"고 일침을 날렸습니다.

세계인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상황은 '종식'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우리가 바라는 '완전 종식'은 희망 사항일 것 같습니다. 그는 언제든 코로나 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가디언지에 그는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병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1976년 에볼라가 처음 발생한 후, 사람들은 에볼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돌아오는데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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