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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작 200편…프랑스 영화 전성기 이끈 배우 미셸 피콜리 94세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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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별세한 프랑스 배우 미셸 피콜리. 사진은 그가 2011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12일 별세한 프랑스 배우 미셸 피콜리. 사진은 그가 2011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영화 전성기의 명배우 미셸 피콜리가 12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족들은 18일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브리지트 바르도·카트린 드뇌브와 호흡 #1945년 데뷔해 80대까지 연기 활동

피콜리는 갓 스물이던 1945년부터 60여년에 걸쳐 20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예술‧대중영화를 가리지 않았다. 누벨바그 기수 장 뤽 고다르의 초기 대표작 ‘사랑과 경멸’에선 당대 최고 스타 브리지트 바르도와 파탄에 이른 부부를 연기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어머니가 피아노, 아버지가 바이올린 연주자인 음악 집안에서 자란 그는 자크 드미 감독의 뮤지컬 영화 ‘로슈포르의 연인들’에선 카트린 드뇌브와 호흡 맞췄다.

미셸 피콜리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영화 '사랑과 경멸'에서 공동 주연 브리지트 바르도와 함께한 장면을 담은 포스터. 원제는 '경멸(Le mepris)'이다. [사진 IMDB]

미셸 피콜리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영화 '사랑과 경멸'에서 공동 주연 브리지트 바르도와 함께한 장면을 담은 포스터. 원제는 '경멸(Le mepris)'이다. [사진 IMDB]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치오의 ‘어둠 속의 도약’(1980)으론 첫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어릴 적 자신을 키워준 누나의 자살 충동을 걱정하는 판사 ‘마우로’ 역이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2011)에선 새 교황에 선출되자마자 교황청에서 도망친 ‘멜빌’을 연기했다. 누벨바그의 영원한 악동 레오 카락스 감독의 ‘홀리모터스’(2012)에선 얼굴에 점이 있는 남자 역으로 인상을 남기는 등 80대 후반까지 왕성히 연기했다.

장 르누아르, 장 피에르 멜빌, 루이 말, 루이스 부뉴엘, 아녜스 바르다, 코스타 가브라스, 앨프레드 히치콕까지 유럽 거장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경찰부터 폭력배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를 도맡았다.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에 따르면 배우로서 유작은 프랑스 판타지 단편 ‘노트르담 데 호르몬’(2015). 베르트랑 만디코 감독의 이 실험적 영화에서 그는 내레이터로 목소리만 출연했다.

배우뿐 아니라 영화감독 및 제작자, 연극 연출가 등으로도 다방면 활동했다.

미셸 피콜리(오른쪽 두 번째)가 배우 카트린 드뇌브(왼쪽), 이브 몽탕(오른쪽)과 1980년 12월 파리의 아르헨티나 대사관 앞에서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실종된 두 명의 수녀에 대한 3주기 데모에 참석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미셸 피콜리(오른쪽 두 번째)가 배우 카트린 드뇌브(왼쪽), 이브 몽탕(오른쪽)과 1980년 12월 파리의 아르헨티나 대사관 앞에서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실종된 두 명의 수녀에 대한 3주기 데모에 참석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언론은 세상을 떠난 명배우를 긴급 뉴스로 추모했다. 일간 르 몽드는 그를 “위대한 영화‧연극배우이자 제작자‧감독”이라고, AFP통신은 “지난 반세기 프랑스의 가장 독창적이고 다재다능한 배우 중 한 명으로, 예술영화의 전설”이라 전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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