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성소수자, 코로나 주범 낙인···살해위험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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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난 2월 4일 뉴욕 유엔본부에 위치한 프레스룸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취약해진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난 2월 4일 뉴욕 유엔본부에 위치한 프레스룸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취약해진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성 소수자(LGBTI)들이 차별과 혐오에 더 취약해지는 가운데 성 소수자 기념일을 맞이하게 됐다"며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유엔 산하 매체 유엔뉴스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하루 앞두고 이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성 소수자들은 그들이 어떤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 만으로 편견, 공격, 살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그런데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많은 성 소수자들이 더 심해진 차별을 겪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성 소수자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낙인을 당하는 일이 심해지고 경찰은 방역 지침을 오용해 성 소수자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보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 소장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성 소수자의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바첼레트 소장은 "성 소수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다 가족들에게조차 심한 낙인과 차별,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성 소수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 소장이 지난해 4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 소장이 지난해 4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면서 성 소수자들을 향한 차별과 폭력, 증오에 대해 침묵을 깰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전세계 수많은 인류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성 소수자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라며 침묵하지 말고 대응하자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모든 사람은 그들의 존엄성과 권리 안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 명의의 이번 성명은 최근 한국 이태원을 중심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집단감염이 확산된 곳으로 꼽히는 클럽 등 유흥주점 가운데 성 소수자들이 이용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 소수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 가운데 성 소수자들이 포함됐을 가능성과, 성 소수자들이 방역당국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을 강제 공개 당할 것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권 문제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후 방역당국은 '이태원 일대 방문자'로 검사 대상을 광범위하게 넓히며 익명 검사를 보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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