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약분업 혼란 틈타 일부 편법 기승

중앙일보

입력

의약분업 시행 이틀째인 2일 서울 시내의 상당수 병.의원과 약국들이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따르지 않고 원내처방.임의조제를 계속해 의약분업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일부 병.의원들은 "약국에 가지 않아도 약을 탈 수 있다" 며 공공연히 원내처방을 했고, 적지않은 약국들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인 항생제.위장약 등을 버젓이 판매했다.

◇ 동네의원 원내처방 여전〓본지 취재팀이 서울 영등포구 일대 병.의원 10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고 있는 곳은 절반인 5곳에 불과했다.

정부에서 정한 계도기간이 지난달 말로 끝났음에도 여전히 병원 내 약국에서 약을 지어주거나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내.외 처방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K의원 관계자는 "원장님이 당분간 환자에게 약을 조제해 주라고 지시했다" 고 말했다.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약품 영수증 발행일을 허위로 기재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허리통증으로 서울 종로구 K정형외과를 찾은 崔모(33) 씨는 "병원에서 분업 시행 하루 전인 7월 31일자로 발급된 영수증을 주면서 ´이렇게 하면 걸리지 않는다´ 며 약을 지어주었다" 고 말했다.

◇ 의사처방 없이 전문약 판매〓주부 朴모(37.경기도 성남시) 씨는 1일 동네 약국에서 항생제를 샀다.

항생제는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살 수 없다.

편도선이 부어 집 근처 약국을 찾아간 金모(25.여.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도 "약사에게 ´병원까지 가기 귀찮으니 그냥 마이신을 살 수 없겠느냐´ 고 하자 ´원래 안되는 건데…´ 하며 줬다" 고 전했다.

용산구 S약국의 약사는 "단골손님이 많아 위장약이나 가벼운 항생제 등은 그냥 팔고 있다" 고 털어놨다.

일부 약국에선 의사들이 해야 할 문진(問診) 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회사원 郭모(27.여) 씨는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약국을 찾았다고 한다.

약사는 "언제부터 아팠느냐" "스트레스성일 수도 있고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어 그럴 수도 있다" "아픈 부위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더 아프니 손바닥으로 누르라" 는 등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고 약을 건네줬다는 것이다.

◇ 정부 방침〓보건복지부 약무식품정책과 안효환(安孝煥) 과장은 "전공의 파업.의료계 재폐업 등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병원.약국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며 "분업대상 환자에게 약을 지어주는 병원이나 의사의 처방전 없이 조제하는 약국은 영업정지 처분 등으로 엄정 처벌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기선민.하재식.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