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말씀" 강기정 종이 꺼내 읽자, 주호영 "축하가 아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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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고용보험법 개정안 처리 등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둘은 지난 10일 주 원내대표의 부친상 빈소에서 만난 이후 이날이 두 번째 만남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들고 예방한 강 수석에게 “문 대통령이 취임 축하 전화에 이어 귀한 난을 보내줘서 고맙다”며 “제 개인적인 일이지만 대구 빈소까지 먼 길 오셔서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2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2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축하 말씀이 있어 제가 몇 자 적어왔다”고 한 뒤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회 상임위 등을 함께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5월 임시국회가 협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말씀도 함께 주셨다”고 전했다.

야당에 대한 구체적인 당부 내용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추진해 온 고용보험법 처리나 구직자 취업촉진법 등을 이번에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말을 듣고 국회가 호응해 준 점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했다. 그런데 고용보험법 시행 시기가 공포 후 1년 후로 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좀 더 절박감을 담아서 앞당겨 주십사하는 부탁의 말씀을 하셨다”라면서다.

강 수석은 이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예술인 등에게 고용보험제도를 확대적용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언급했다. 그는 “고용보험에 예술인만 포함하는데, 특수고용직이 일부라도 (포함이) 가능하지 않은지 마지막까지 찾아달라고 했다”며 “아울러 빅데이터 활성화법이나 시도지사 협의회에서 이견이 없는 지방자치법도 꼭 이번 5월 국회에서 통과해 달라”고 당부했다.

19대 국회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자 공무원연금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을 찾아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9대 국회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자 공무원연금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을 찾아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축하하러 온 줄 알았는데 주문이 더 많다. 잘 상의해서 꼭 필요한 일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법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토대로 쌓는 제도들이 있기에 아무리 급해도 바늘을 허리에 꿸 수는 없다”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잘 상의해서 완급을 조절하겠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원장이 “정부·여당에서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자 강 수석은 “알겠다”고 답했다.

비공개 회동 후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강 수석이 주 원내대표에게 문화·예술인이 포함된 고용보험 법안 등 현안에 대한 처리를 재차 당부했다고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고용보험 대상의 단계적 확대와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한 입법 및 법안 처리 등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강 수석은 이어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현일훈·김홍범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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