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 감독의 ‘동감’이 20주년을 맞이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된다. 1979년과 2000년을 사는 두 사람이 21년의 시차를 넘어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으로 교신한다는 내용의 영화를, 또 다시 20년의 시차를 두고 다시 보는 느낌은 의외로 신선하다. 세기말을 갓 넘어선 2000년의 한국영화는, 소소한 재미에 충실했고 아기자기하며 감성적이었다. 당시 신인급이었던 유지태·김하늘·하지원의 연기는 아직은 풋풋하고, 신인 감독의 거칠고 투박한 표현도 종종 눈에 띄지만, ‘동감’엔 지금 한국영화는 지니지 못하는 어떤 순수성이 있었다.
그러한 순수성은 종종 인상적 장면으로 드러날 때가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이 ‘동감’(同感)인 것은 시간대가 달라도 같은 것을 느끼는 관계를 드러내기 때문. 1979년의 소은(김하늘)과 2000년의 인(유지태)은 대학 시계탑 앞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초월해 서로를 느끼며, 이 감성은 두 사람의 이미지를 겹치면서 화면이 전환되는 ‘디졸브’ 방식으로 전개된다. 요즘 같으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예스러운 방식이지만, 지금이라면 훨씬 더 화려한 스타일과 빠른 편집과 과장된 음악으로 처리됐겠지만, 고전적인 전환 방식으로 처리된 이 장면이 좋은 건 MSG 없이 감정을 전달하려는 소박한 의도 때문이다. 눈을 맞으며 21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서로를 느끼는 두 사람. 한국 멜로드라마의 숨은 명장면 아닐까 싶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