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이태원 갔다" 엄마 신고가 정신병원 집단감염 막았다

1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한 정신병원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확진자 어머니의 신고로 신속한 초동 대처를 할 수 있었다.

14 인천시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지난 9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A(21)씨 사례를 보면 확진자의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아들의 이태원 방문 사실을 방역 당국에 알림으로써 초기에 감염 확산 가능성을 틀어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씨는 지난 4일 이태원 주점을 방문한 뒤 다음날 모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일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증상은 없었지만, 아들이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A씨 어머니는 지난 8일 병원에 전화해서 아들의 이태원 방문 사실을 스스로 알렸다.

이에 방역 당국은 검체 검사를 거쳐 A씨의 확진 사실을 9일 확인했고 곧바로 외래진료 전면 중단, 외부인 접촉 차단과 출입 통제 등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수준으로 해당 정신병원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A씨가 입원한 병원에는 입원 환자 179명과 의료진·직원 57명 등 236명이 한 건물 안에서 함께 지내던 상황이라 집단 감염이 심각하게 우려됐다. 그러나 신속한 방역과 철저한 후속대책으로 236명 전원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 추가 확진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날 양성 판정을 받은 25세 학원 강사와는 확연히 다른 대처다. 이 학원 강사는 지난 1∼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하고 확진 판정 직후에도 자신의 직업과 동선을 묻는 역학조사관에게 무직이라고 거짓으로 진술해 추가 감염의 우려를 키웠다. 이 강사는 지난 12일에서야 학원 수업과 과외 수업을 한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았다. 그 사이 이 강사와 접촉한 학생들이 다른 학원과 교회로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바람에 진단 대상자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혼선이 일어났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아이가 이태원 주점에 다녀온 것 같다는 어머니 전화 한 통이 병원 집단감염을 막았다”며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만큼 다시 긴장하고 함께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