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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지원금 기부” 총대, 최문순 “기부 말고 써라”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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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진 13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그릇상점에 재난지원금 사용 시 할인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시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진 13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그릇상점에 재난지원금 사용 시 할인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시스]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보단 신청 후 지역경제 위해 쓰세요.”

최 지사 “지역경제 위해 소비해야” #사용 후 SNS 인증 릴레이 이벤트 #중앙 정부부처 차원선 처음으로 #기재부·고용부 과장급 이상 “기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가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기부가 아닌 사회 소비를 독려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강원도는 13일 도청 앞 광장에서 ‘다 함께 동행, 지역경제 살리기 챌린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역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엔 도청노동조합, 강원경제단체연합회, 강원도상인연합회, 강원도사회복지협의회 등 경제·사회단체가 동참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전액 국고로 귀속된다”며 “도청 및 시군 공직자, 공공기관 임직원 모두 빠짐없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해 사회복지기관을 위해 기부하거나 빨리 소비해 달라”고 말했다. 최 지사는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은 멈춰버린 지역 상권을 살리는 일종의 ‘경제방역’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최 지사는 지역상품권 지급 신청이 시작되는 다음 주 중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캠페인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이용하기, 음식점·카페·의류 등 구매 시 소상공인 상가 이용하기 등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안내 가이드를 제작·배포한다.

이와 함께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한 뒤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릴레이 이벤트도 진행한다. 플라이강원 상품권, 전통시장 방문 물품구매 후 사회복지기관 기부 등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을 SNS에 인증한 뒤 3명씩 추천하는 방식이다.

같은 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부착된 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 긴급재난지원금은 세대주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뉴스1]

같은 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부착된 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 긴급재난지원금은 세대주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뉴스1]

강원도와 농협강원지역본부는 15일 도청 앞 정원에서 ‘찾아가는 직거래장터’도 개최하기로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비 활동을 권장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본래 목적에 맞게 지원금을 쓰자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과장급 이상 간부 모두가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난지원금을 기부한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나온 결정이다.

백승주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열린 일일상황점검회의에서 이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백 실장은 “각 실국 총괄과장 회의 등을 통해 간부급 직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과장급 이상 간부를 중심으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데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원·간부를 중심으로 기부 의사를 밝힌 적은 있지만 중앙 정부부처 차원에서 간부 전원이 기부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예산 업무를 총괄하고, 고용보험기금을 관할하는 두 부처가 이처럼 먼저 총대를 메면서 행정부처에 ‘자발적인 듯 자발적이지 않은’ 지원금 기부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이날 기부 동참을 선언했다. 또 부산·경남은행 등 계열사를 둔 BNK금융그룹도 이날 임직원 100여 명의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국내 금융사 가운데 재난지원금 기부 뜻을 밝힌 곳은 6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농협·메리츠금융그룹의 경우 전체 임직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강제 기부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을 두고 회사가 기부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춘천·세종=박진호·조현숙 기자, 홍지유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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