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 아빠,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경비원 두 딸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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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희석씨 두딸이 쓴 편지. [사진 JTBC]

고(故) 최희석씨 두딸이 쓴 편지. [사진 JTBC]

"보고 싶어, 사랑해 아빠."
볼펜으로 꾹꾹 눌러 담은 편지 속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아파트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뒤 지난 10일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 딸들이 써내려간 이야기가 13일 전해졌다.

고 최희석씨 딸들 "입주민들께 감사"

 서울 강북구에서 거주해온 최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해왔다. 홀로 두 딸을 키워낸 그는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하고 폭언에 시달렸다고 한다. 서울 강북구청 앞에선 숨진 최씨를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열린 추모식엔 최씨의 두 딸이 함께 쓴 짧은 편지가 전해졌다. 딸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최씨는 용돈을 넣은 봉투에 딸의 이름과 함께 '사랑해'라고 적었다고 한다. 딸들은 이날 공개된 편지에서 "입주민 여러분들, 빈소에 찾아주시고 적극적으로 아빠를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나야.. 아빠가 그렇게 아끼는 큰딸이랑 작은 딸.

이제 부를 수 없는 우리 아빠... 아빠가 그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
전화오면 언제나 아빠 걱정은 말라며 잘 지낸다는 말만 했던 아빠였는데...
겁 많고 마음 여린 우리 아빠...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입관식 때 평소처럼 누워있는거 같이 아니 자는거처럼 보였는데,
아빠 몸은 차갑고 .. 00이 왔다고 아무리 불러도 눈도 안뜨고 손도 안잡아주고...
보고싶어 아빠.. 사랑해 아빠.
입주민 여러분들..빈소에 찾아주시고 적극적으로 저희 아빠를 위해서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사랑하는 000올림

 한편 시민단체는 최씨에 대한 추모 모임인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을 만들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은 이날 검찰에 고발됐다.

 사건의 발단은 주차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말께 "입주민으로부터 폭행과 협박 등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낸 바 있다. 최씨 사건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11일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씨의 발인은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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