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윤미향의 ‘조국’ 운운, 민주당의 친일 프레임 옳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조국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모자라 더불어민주당은 또다시 친일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직전 이사장인 윤 당선인은 12일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라며 “친일 세력의 부당한 공격이 세질수록 평화·인권을 향한 결의도 태산같이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을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윤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 #국세청까지 ‘정의연 회계 오류’ 재공시 명령

민주당에선 김두관 의원까지 나서 “굴욕적 합의를 했던 미래통합당과 일제에 빌붙었던 친일 언론이 총동원됐다”고 했다. 윤 당선인 개인의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확대한다. 불법 혐의를 저지른 조 전 장관을 검찰 개혁의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검찰과 언론을 적폐로 몰아 본질을 흐리려던 수법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사태의 본질은 이들의 말대로 정말 친일 세력의 정치공작일까.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는 이용수 할머니다. “성금을 피해자들한테 쓴 적이 없고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11일 정의연이 밝힌 2018·2019년 피해자 지원 사업비는 각각 4.3%와 5.8%에 불과하다. 그것도 사후의 장례 지원 비용이 제일 많았다.

불투명한 회계 운용도 더욱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엔 맥줏집에서 3339만원을 썼다고 했는데 실제론 972만원을 결제하고 541만원을 후원금으로 돌려받았다. 기부금 지출명세서엔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 인원으로 99명, 999명, 9999명 같은 의문의 숫자가 반복된다. 2019년 지출 자료에선 한 상조회사에 1170여만원을 사용했다고 기록했지만, 정작 이 회사는 수년간 피해 할머니들의 장례를 무료로 치러 왔다고 한다.

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김복동 장학금’의 수혜자가 정의연 이사 등 시민단체 활동가로만 제한돼 있거나 5년간 소득세 납부액이 643만원에 불과한 윤 당선인 부부가 딸을 미국에 유학 보낸 사실도 계속 논란이다. 여기에 11일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해 놓고 “어떤 시민단체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던 정의연의 행태는 더 큰 의심을 낳는다. 논란이 일자 국세청까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공시를 명령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적폐 프레임을 꺼내든 윤 당선인과 민주당의 행태가 오히려 정략적인 것 아닌가. 처음 이용수 할머니를 ‘기억 왜곡’으로 매도한 것도 모자라 이젠 그의 순수한 문제 제기에까지 친일 딱지를 붙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시시비비는 이제 사법적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에 앞서 윤 당선인 스스로 투명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에 노력해 온 최소한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