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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형사 피고인을 버젓이 패널로 초대한 공영방송 KB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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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지난 10일 방영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방송엔 최강욱(전 청와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기존의 KBS 보도를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 당선인은 조 전 장관 아들의 로펌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형사 피고인이 TV에 직접 나와 그와 연관된 보도를 공격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조국 사건’ 최강욱 불러 해당 보도 비판해 #자체 심의기준조차 어긴 불공정 편파 방송

이날 방송에선 공영방송 KBS의 민낯이 노출됐다. 공정성·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편향성·불공정성을 드러냈다. 언론 개혁이란 토론 주제가 무색할 만큼 접근 방식도 편파적이었다. 방송 도입부부터 최 당선인을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의 최강 스피커”라고 소개했다. 최 당선인은 “(조국 관련 보도는)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충격을 받았던 보도였다. 우리 언론의 출구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라고 절망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영향력이 떨어진) 언론이 일종의 분풀이 저널리즘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는 아주 적합한 케이스였다”고 주장했다. 한국 언론 전반에 대한 자신의 분풀이식 비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출연진의 자화자찬식 태도도 문제였다. 지난해 10월 KBS의 김경록(정경심 자산관리인) PB 인터뷰 왜곡 논란을 다루며 “지금의 KBS를 비판하는 (토크쇼) J, 아주 칭찬해요”(방송인 최욱),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최강욱) 등의 발언이 여과 없이 방영됐다. 다른 보도는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자기모순에 가깝다.

이날 방송은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 사안에 관련된 사람은 출연할 수 없다’는 KBS 제작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어겼다. “조 전 장관의 최측근을 불러 당시 보도를 평가하게 한 것은 저널리즘 비평이라 볼 수 없다”(KBS 성재호 기자·전 사회부장), “피고인 신분이라면 한쪽으로 치우칠 염려가 있다. 공정성을 위해서도 이 같은 패널 선정은 피했어야 했다”(KBS 공영노조)는 비판들은 정당하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편파성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진보·좌파 일색의 출연진, 보수 언론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정권 비호 색채가 짙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까지 주장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책임도 강조했다. 최 당선인은 어제 열린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향후 ‘수퍼 여당’ 더불어민주당과의 공조가 예상된다. 언론 개혁을 앞세운 왜곡된 언론관이 어떤 득세를 할지 심각하게 우려될 뿐이다.